증후근과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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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예지 | 등록일 | 11.12.07 | 조회수 | 22 |
오늘로 인해서 나까지 고등학교 원서를 내는 것은 끝이 났다. 이제 나한테 남은 것은 고입시험이고, 다른 애들한테 남은 것은 예비소집일 뿐이다. 나는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덜하지만 나머지 합격자가 결정 나고, 그로인해 고등학교가 결정되어진 나머지 아이들은 요즘 '합격자 증후 근' 이 걸렸다. 지금부터 우리 반의 하루를 글로 써보겠다. 아침에 학교를 온다. 이제 축제와 방학만을 남겨둔 판에 아침 0교시에 하던 수학 쪽지 시험도 영어 번역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실로 오면 반이 없다. 내 친구들이 반이 없다. 6명중에 3명만 교실에 있다. 내가 오고 난 후에 나머지 3명이 온다. 자꾸 지각을 해 화가 나신 담임선생님은 지각 한 아이들을 늦게까지 남게 하신다. 그래서 오늘은 애들이 거의 일찍 왔다. 거의 50분이 되어야 우리 반은 다 학교를 오게 된다. 그래서 십분 쉬는 시간에는 잠시도 쉬지를 않는다. 주번인 아이는 우유를 가지러 교무실 앞까지 가야하고, 또 어제 청소를 안 해 안 지웠던 칠판의 글씨들을 지우고, 지우개를 털어야 하며 나는 노래 한 곡이라도 더 들으려고 다급하게 이어폰을 찾고, 카트 아이디가 있는 애들은 모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카트를 한다. 오늘 첫 시간은 체육시간이었는데 나하고 동 은 이만 빼놓고 애들은 다 체육관으로 가서 배드민턴을 친다. 인고와 산과고로 팀을 나누어 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영어시간에도 동 은 이와 주리랑 셋이서만 책상에 앉아 고입시험 기출문제를 풀고, 나머지는 영어 번역을 한다. 과학시간에는 선생님이 캔 커피와 박하사탕과 누룽지를 먹으라고 갖다 주셨다. 단 것이 간절했던 나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점심이 아주 맛있는 것이 나왔다. 우동하고 김 주먹밥이 나왔었다. 그래서 나는 우동 면발을 더 많이 달라고 해서 꽉꽉 채운 다음 '김 주먹밥은 두개만 가져가세요.'라고 해 놓은 글씨를 무시하고 그냥 하나 더 슬쩍 내 식판에다 갖다놓았다. 그러고 맛있게 먹었다. 기가시간에는 나 혼자 자습을 하고 애들은 다 사이버가정학습을 들었다. 여기서 비밀은 있지만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다. 국어시간에는 다 자리에 앉아 있다. 뒤에 세 명은 책을 읽고 앞에 세 명은 수업을 듣는 그런 식이다. 오늘은 고등학교에 대한 충고를 잠시 들었다. '아, 이제 정말 고등학교 간다는 게 현실이구나.' 라고 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벌써부터 그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아서 그냥 여러 생각이 나는 것을 고이고이 접어 두었다. 이렇게 우리 반의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아무리 합격 증후 근이라고 모두가 걱정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러는 기회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끝났다고 기사가 났었을 때, 댓글을 거의 다 이런 내용이었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와 편히 놀 수 있는 기회는 이때라고. 그래선 나는 ‘합격 증후 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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