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높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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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예지 | 등록일 | 11.09.19 | 조회수 | 32 |
체육시간에 평균대를 한다. '평균대'. 자신 있었다. 초등학교 때까진. 운동을 안 하다 보니까 몸이 굳어있을게 분명하고, 유연하지도 못한 게 분명하고, 겁도 많아진 게 분명할거다. 그래도 시간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수요일 날 수행평가를 보려고 하는데. 난 덩치에 안 맞게 겁이 너무 많고. 체감의 높이는 번지점프 수준이었으며, 애들이 도와주는 것도 미안해했다. 아 정말 이렇게 창피할 수가 있나. 애들의 손을 잡고 발을 평균대에 디디는 순간, 기절할 뻔. '왜 이리 높아. 왜 이리 미끄덩거려. 왜 이리 나만 빼고 다들 잘해'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날씨가 서늘해서 땀도 안 났는데 평균대에 올라가려니까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소리도 질러보고, 이건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돌아오는 건 점수 이야기. 그래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계속 평균대에 올라가서 도움을 받고서라도 앞으로 걷는 것 까진 했다. 이제 뭔가 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연습시간은 없다. 이제야 적응을 한 내 몸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 갑자기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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