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이 웃고 있을 때 혼자 되고 나는 울지 사랑이 깊어 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 |
|||||
---|---|---|---|---|---|
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7.14 | 조회수 | 34 |
점심시간, 아이들이 빠져나간 화장실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와 신설 학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쾌한 냄새와 정적이 주는 초조감에서 벗어나고 싶을수록 기다림은 지루하기만 했다. 게임으로 시간을 떄구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급히 식당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와 1층의 북적대는 식당에 서 있었다. 식당의 한 가운데에 너는 회장, 긴 머리, 호떡이랑 노란 카레를 뜨면서 재잘대고 있었다. 식판을 긁는 소리, 왁자한 소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내 몸에 달라 붙었다. 그리고 잊힌 나를 보았다.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다. 암딤이 종례를 마치고 나가자 너는 먼저 도서관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3층 도서관에는 나 혼자 있었다. 책들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의 기다림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늘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너의 일과와 함께 하면서도 나는 책과 친해지지 않았다. 너와 같아지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움이었다. 문학 코너는 800번대로 시작한다는 것이 내가 도서관에 대해 아는 정보의 전부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너는 오지 않았다. 급하게 1번을 눌렀다. "미안, 깜빡 잊었어. 나 지금 애들이랑 떡볶이 먹고 있어. 얼른 와." 도서관에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너는 딴 곳에서 떡볶이를 먹는다고 통보했다. "야, 여태 기다렸어? 기다리다 안 오면 빨리 전화라도 해야지! 너 왜 그렇게 멍청하냐." 비웃듯 말하며 전화를 끊는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거렸다. 무조건 네가 오기를 기다린 게 몇 분 쯤일까? 네가 언젠가는 오겠지, 라고 믿으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만화 주인공의 얼굴, 몸, 손등의 힘줄까지 그리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무작정 너를 믿고 기다린 내가 한심스러웠다. 혼자서 쇳소리 나는 식판을 긁다 보니 쇠로 만든 국과 밥을 먹는 것 같았다. 쇳가루가 토애혀 나올 것 같았다. 밥을 먼저 먹은 아이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다음은 체육 시간, 탈의실에서는 남자 아이들의 땀 냄새와 살 냄새가 진동했다. 너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서 나를 기다렸다. 느릿느릿 체육복을 입었다. "화장실에 왜 안 왔어?" 네게 묻는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낯설었다. "야, 미안하다고 했잖아!" "화장실에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왜 안 왔냐고!" 나는 폭발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를 그저 장난감처럼 갖고 논 너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야, 그깟 일로 쩨쩨하게 그러냐." 더 이상 참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2반의 쪠쩨한 남자로 영원히 불리게 될 테다. 지금이 그걸 날릴 기회임을 내 촉각이 말해주었다. 너의 입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너의 원심력에 휘둘리고, 천 원이면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샤프쯤으로 가벼이 여긴 무레함에 대한 한 방을, 너는 몰랐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졸개로 여길까 봐 내가 조바심 낸다는 것을. |
이전글 | 군중이 웃고 있을 때 혼자 되고 나는 울지 사랑이 깊어 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 |
---|---|
다음글 | 군중이 웃고 있을 때 혼자 되고 나는 울지 사랑이 깊어 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