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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이 웃고 있을 때 혼자 되고 나는 울지 사랑이 깊어 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7.14 조회수 39

아이들이 너와 나를 뜯어말렸다. 너는 키만 컸을 뿐 고무줄처럼 가늘고 매가리도 없었다. 반면 내 뼈는 굵고 단단했다. 그걸 확인하면서 너를 외톨이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처음으로 너와 하교를 하지 않고 먼저 나왔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호떡이 내 뒤를 쫓아왔다.

호떡의 자전거가 끽끽거렸다. 체인 돌아가는 소리와 호떡의 거친 숨소리가 맞물려 돌아가며 나를 따라왔다.

"야, 펀치 죽이던데!"

"키다리 걔, 그냥 뻗던데. 큭큭큭."

호떡은 연거푸 말을 뱉어 내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호영이가 호떡이 된 사연이 담긴 웃음소리였다. 너의 말 한마디, '너, 호영이는 이제부터 호떡이다.' 라고 하자마자, 아이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동조했다. 그 다음부터 아무도 호영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넓적하고 둥그런 얼굴에 이름까지 호떡으로 불리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맞장구쳤던 나. 어떤 저항도 보이지 않았던 호영이도 어쩌면 그 별명이 까무러치게 싫었을지 몰랐다.

"네 집은 저쪽이잖아!"

나는 혼자 있고 싶었다. 호떡이 옆에 있는 게 싫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621동 앞까지 왔을 때였다.

 

한마리 까마귀처럼 울고 있지

검은 슬픔이 온 세상에 퍼지고

사랑도 이별도 모두모두  소멸되지

 

이어폰에서 터져 나오는 랩 가사가 마음의 벽을 두르뎔싿. 마음의 문이 있다면 이제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닫혀졌다. 몇 분이 흘렀는지 노래가 끝나고 다음 곡으로 바뀌는 짧은 찰나에 발을 멈추었다.

네가 자전거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지된 내 앞으로 너의 자전거가 시나브로 다가왔다.

"야, 너 진짜 속 좁게 이러기야!"

너의 말투는 원망이 가득했지만 5월의 부드러운 바람처럼 살랑거렸다. 내 이성은 그걸 감지했지만 이미 오른발이 너의 자전거 앞바퀴를 힘껏 걷어차고 있었다. 네가 자전거 무게에 눌려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네 몸 위로 올라가서 너의 코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빨간 핏덩어리가 주르륵 입가로 흘러내렸다. 너의 입술과 목덜미까지 빨간 핏물로 범벅이 되었다. 네가 무어라 말하는 소리가 빨간색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승리의 빛깔은 이 빨간색이겠지.

승리감은 학교에서도 나를 도취시켰다.

호떡이 찍은 짧은 동영상이 반 아이들에게 돌려졌다.

"야, 진짜 찌질이잖아. 코피 흘리는 거 봐."

"재, 우는 거 맞지?"

수학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회장이 뒤돌아서서 누가 들으란 듯 소리쳤다.

"너 죽어!"

아이들이 일제히 웃었다. 네가 코피를 훔치며 한 말, '너 죽어!' 란 말. 회장, 긴 머리, 호떡이 이 말을 주고받으며 말하다 1교시가 끝나고서는 2반의 유행어가 되었다. '너 죽어!' 란 말은 '나 죽겠으니까, 더 때리지마.' 라는 애걸하는 비굴 모드로 바뀌었다.

너는 어깨를 움츠리고서 패잔병처럼 앉아 있었다. 반면 나는 한껏 여유와 거드름을 부리며 만화를 그렸다. 만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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