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이 웃고 있을 때 혼자 되고 나는 울지 사랑이 깊어 갈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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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7.13 | 조회수 | 37 |
어느 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엄마가 들어와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 화장실에 모르고 두고 온 휴대 전화 화면에는 '잘 자, 내 꿈꿔.' 라는 너의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벌써 여자 친구 있어? 응?"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어이가 없어 대꾸도 안 했다. 엄마는 남자 애들끼리 이런 문자를 주고받을 리가 없다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여자 친구냐며 내가 여자랑 어쩌고저쩌고한 것처럼 야단이었다. 그때 아빠까지 들어와서 문자 메시지 하나 때문에 집안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아빠한테는 여느 때처럼 담배 냄새가 났다. 나는 너를 설명했다. 아주 멋있고, 나와는 다른 친구라고, 나와 달리 소극적이지 않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도 했다. 아빠는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좋은 친구가 돼 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잠깐 미소를 짓다가 내 방을 나갔다. "좋은 친구라고? 그럼 성적도 좋아?" 엄마의 이 말이 나를 화나게 했다. 엄마의 최대 관심사는 아들이 공부 잘하는 친구와 사귀는 거였다. 우스웠다. 아빠가 씻는 동안에도 엄마는 취조하듯 내 곁을 지켰다. 참을 수 없는 감정을 꾹꾹 누르면서 빨리 엄마가 내 방에서 나가 주기를 기다렸다. 엄마도 좋은 엄마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기다리다 결국 터트렸다. "아, 빨리 나가, 나가란 말이야. 지금 졸려 죽겠어."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져 내 방을 나갔다. 아빠의 밥상이 나를 살려 주었다. 다시 너에게서 문자가 왔다. -문자 씹냐? 얼른 문자를 전송했다. -울 맘의 잔소리를 안 듣고 살 수는 없을까? -ㅋㅋㅋ 대학생이 됄 때까지는 엄마의 잔소리를 양념처럼 들어야 해. 얼른 대학생이 되어 집을 탈출하고 싶어. 으으으.
너는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대학에 못 들어간다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순진하게도 너한테 말을 듣기 전까지 대학은 누구나 들어가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노력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네가 전문대라도 갔으면 좋겠다고 말 할 때 영어 시간에 방아 찧지 말고 수학 익힘책에 뻘짓 같은 거 안 하면 된다고 말하니까, 너는 웃기만 했다. 생각보다 너는 학업에 충실하지 않았다. 그 점이 좋았다. 하마터면 '엄마가 사귀라는 좋은 친구가 너였으면 좋겠다' 는 문자를 보낼 뻔했다. 자존심 강한 네게 그런 문자를 보냈다면?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너와 밤새워 가며 문자를 주고받았다. 침대에 엎어져서, 그러다 왼쪽 어깨를 짚고 비스듬히 누워서 몸이 뭉친 듯 얼얼해지면 베이지색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졸린 눈을 비벼 가며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여자 친구 따위는 필요 없었다. 재민이, 키다리 너만 있으면 나는 든든했다. 너의 곁에는 늘 셋 이상의 친구들이 떨려 있었다. 회장, 긴 머리 그리고 호떡, 나. 부하들을 거느린 너는 늘 도서관만은 나를 데리고 다녔다. 네가 처음 보는 제목의 두꺼운 책을 고르고 읽는 동안, 나는 그 옆에서 휴대 전화로 게임을 즐겼다. 너는 특별 활동도 나와 하길 원했다. 당연히 나도 도서반에 들 거라고 생각했던 너는 내가 만화반을 들겠다고 말하자, 무척이나 실망한 빛을 보이면서 처음으로 귀여운 신경질을 부렸다. "배신자! 나를 배신한 자는 외톨이가 된다는 거 몰라?" 나는 내심 웃으면서 진한 우정 같은 걸 느꼈다. 이젠 키다리 에게 샤프는 없어서는 안 될, 그리고 샤프에게 키다리는 없어서는 안 될 친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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