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무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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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7.04 | 조회수 | 43 |
교사는 바쁘다. 엄청난 잡무더미에 묻혀 정신이 없다. 교자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학급에 차고 넘쳐도 상담할 여유는 좀처럼 없다.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어 있어서 더 바쁘다. 쪽지 시험을 보거나 수업 중에 떠들다 걸려서 감점을 당하거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뭐든지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시간만 나면 항상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화면을 응시해야만 한다. 아이가 결석을 하면 먼저 증빙서류를 받아 그 사실을 곧 컴퓨터에 입력해야지. 왜 결석했는지 상담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봉사활동이나 수행평가도 마찬가지다. 보조서류를 챙겨서 교무수첩에 기입하고 바로 컴퓨터에 입력하다 보면 아이가 어디 가서 무슨 봉사활동을 했는지, 수행평가를 통해 얼마나 수업을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볼 시간은 부족하다. 멀티미디어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는 교과교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개가 넘는 학급을 돌면서 프로젝션 기기를 작동시키다 보면 곧 파김치가 되어 나가떨어진다. 이래저래 모든 교실에 설치된 컴퓨터 기기가 무용지물이 되어 간다. 그것도 모자라 실시간으로 학교의 모든 근무 상황을 컴퓨터에 기록하게 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이 학교에 선을 보였다. 학생과 학부모의 시시콜콜한 인적 사항까지 모두 기록하여 교육청에 보내면 교육부 관계자는 앉는자리에서 클릭 한 번으로 전국의 교사와 학생을 파악할 수 있다. 모 대기업에서 구축해 준 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덕분에 이제 모든 학부모, 학생, 교사에 관한 데이터가 그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교육부는 무조건 이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교사가 실시간으로 업무를 보고하면, 모든 기록 사항은 감시와 평가로 이어질 것이고, 학교는 살벌한 '기록 만능의 전장' 으로 돌변할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이면 교육부나 대학에 먼저 적용할 일이지 왜 초 중등 학교만 강행하는지 그 이유를 알길이 없다. 잡무는 끝이 없다. 한 시간짜리 생물을 가르치는 정 선생은 시험 기간만되면 1천명이 넘는 아이들의 시험 답안지에 채점, 재검, 삼검의 도장을 일일이 찍어야 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결석생이 많은 학급을 맡고 있는 이 선생은 아이들에게 병결을 증명하는 약봉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규정 때문에 진땀을 뺀다. 사실 이와 같은 잡무는 교육청에서 강제하는 수행평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의 모든 행위는 점수로 연결된다. 떠들거나 준비물을 깜빡 챙겨 오지 못하면 영락없이 감점이다. 혹은 수업 시간 종이 울리기 5분 전에 입실하라는 등의 아무리 부당한 지시라도 지키지 못하면 괘씸죄로 감점을 당할 수밖에 없다. 감점 사항은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고스란히 전산화 된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교사들을 옥죄고 있는 현실이지만 교사들 스스로 '의식의 제[자리 뛰기' 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지름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교내의 성적관리위원회 등을 이용하여 내부 규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모든 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다. 답안지는 묶어서 겉표지에 한 번만 도장을 찍을 수도 있고, 약봉투는 담임의 인지만 있으면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헌법에서 교육의 전문성과 교직의 전문직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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