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중학교 로고이미지

4박성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주번, 없앨까 말까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6.30 조회수 39

"①번 청소요. 절대로 없애면 안 돼요. 그럼 청소는 누가 해요?" 청소, 수업 준비, 교사 업무 보조 등이 포함된 "헌재 주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구두 질문에 대해 중학교 2학년 4개 학급 145명 전원이 주번의 역할을 청소라고 응답했다. 어리석은 설문 조사를 한 것이다. 반면에 이 질문을 두고 아이들과 토론한 결과 주번의 역할은 청소보다 교사를 도와 교과 수업을 준비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번과 청소' , 그 임무는 여전히 학교의 3D 업무다. 아침 일찍 와서 주번 조회를 하고, 종일 일직을 하다가 가장 늦게까지 남아 문단속을 하고,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나면 교장 대신 주번 교사가 책임을 뒤집어쓰는 희생양이 되고, 옮겨야 할 짐이 있으면 주번 교사와 주번 학생 모두가 단체로 동원된다. 이렇게 고달픈 일인데 그런 만큼 중요한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능력(?) 있고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주번에서 면제다. 학급에서도 임원을 맡고 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부장급 이상 학교의 간부 교사들 역시 주번 교사 면제의 특혜를 누린다.

이제 그 천덕꾸러기 주번 제도가 교원노조의 단체협약으로 학교마다 페지 바람이 불고 있다. 해방 후 반세기 넘게 존재해 오던 주번 제도가 페지되면서 특히 학교장들의 심사가 불편하다. 학교의 3D 업무는 누가 할 것이며, 주번이 있어서 한결 빛나 보이던 질서정연한 업무 체계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주번은 현재의 열악한 학교 체제를 보조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청소를 전담하는 욘인이 있고, 학생들이 청소 부담에서 벗어나 교과교실을 순회를 전담하며 수업을 하는 선진국의 학교와는 달리 우리 학교 체제는 학급을 정해 놓고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하고, 교실뿐 아니라 넓디넓은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부가 되어 매일매일 허덕이며 쓸고 닦아야 하는데, 주번이 없으면 그런 일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청소가 교육적인가 하는 논쟁은 차지해 두자(그렇게 교육적이면 대학에서는 왜 안하는가? 단절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어쩃든 군대식 제도인 주번 제도가 지금의 우리 학교 체제에는 그런 대로 어울리는 제도이다. 그러니 주번 제도의 존페를 논하기에 앞서서 우리는 여러 가지 화두를 풀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청소는 교육적이고 아이들이 꼭 해야 한다."

"고정된 교실의 학급 담임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고 청소지도는 업무의 영역이다."

"수업 시간 종료 후에는 평교사 중에 누군가가 반드시 남아 학교를 책임 져야 한다."
주번 제도는 이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페지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한다고 해서 학교가 발전할 일도 아니지만 주번 제도 하나에는 이렇게 복잡한 학교 체제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오늘날 그렇게 많은 공문과 교장의 지시, 장부 등은 대부분 법률에 근거하지 않거나 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써 위헌의 소지가 있다. 2000년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교원예우 규정에서는 교원의 잡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법정장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 건강 기록부, 유독물관리대장, 이 세가지뿐이고 교사의 행정적 업무는 그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보면 주번제도는 당연히 페지해야 마땅하다. 대신 현행 학교 체제가 교과교실, 청소부 확보 등 물적 기반을 확보하기까지는 주번 대신 학급에 학생 도우미를 둘 필요성이 있다. 그 역할 역시 교사의 수업을 돕거나 교우들의 이동학습 안내를 돕는 역할로 바꾸어 가야 한다.

이전글 잡무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교사
다음글 체벌 금지, 약인가 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