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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행동, 발자국 하나도 흔척을 남긴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6.22 조회수 34

천방지축이고 도무지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도 때로 교사의 행동에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이나 어떤 상황에서 이성을 잃고 분노하며 과민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10년 동안은 내가 어떻게 분노하고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가늠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교육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그런 면에서 '실수' 를 하는 교사들의 행동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다.

교직 3년차 김 선생은 어쩌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논쟁이 붙어 씨름하다가 심하게 당하면 대책 없이 울고 나간다. 울면서 교감 선생님에게 일러바치면 그 다음에는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계가 등장하고 곧 쳐육 선생님의 명령으로 운동장에 집합하여 단체 기합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그 악몽을 되새기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작심삼일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논쟁이 붙자 김 선생의 말꼬투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끝내 울리려고 작정을 한다. 훈계이며 체벌이 '도로아미타불' 이다. 그 선생님에 그 아이들이다. 교사들의 행동 하나에 실린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사립 여학교에서만 근무했던 10년차의 사회과 최 선생은 어쩌다 남학교에 와서 첫 대면부터 아이들에게 기선을 빼앗겼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이기지 못한 최 선생은 툭하면 "네놈들과는 장사 못하겠어!" 하며 뛰쳐나가 아이들의 비웃음을 샀다. "선생님이 나가면, 우린 어떡하라고요?" 하면서 뻔뻔하게 항변하는 아이들에게 적응하기 위해 최 선생은 일 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첫인상은 영원한 인상' 이라는 말이 있다. 근무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학교의 학생들을 사전에 분석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를 미리 마음에 다짐하고 교단에 서는 것이 좋겠다. 이제 주먹구구식 판에 박힌 수업 자세로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코드를 읽어야 한다.

교사의 태도가 도덕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모습으로 비쳐 아이들의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다. 학급에서 청소를 지도하다가 교장 선생님이 나타마녀 90도로 절을 하며 굽실대는 담임선생님을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 교사는 아이들에게 최고다. 교장 선생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도 아이들 앞에서는 정중하고 품위 있어야 한다. 안 보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도 아이들의 입초시에 오르내린다. "이 몸 저 몸 이 손 저 손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 대며 우리를 귀여워하는 선생님, 소름 끼쳐요" 하고 항변한다. 머리 좀길렀다고 가위 들고 싹둑 잘라 대는 선생님들. 아이가 가출해서 문제를 피웠더니 불려 온 엄마에게 "자식 교육 똑바로 하라" 며 자식을 앞에 두고 협박하는 지독한 선생님, 수업 시간에 잘난체 떠들어 대지만 결국 학교 앞 서점에서 파는 참고서를 달달 외워 수업을 하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걸어다니는 참고서로 불리는 채 선생, 혼자 설명하다 종 치면 나가 버리는 장 선생, 자기 고생하던 옛 시절을 시간마다 틀어 대는 박 선생, 남편 자랑과 자식 자랑에 해 가는 줄 모르는 오 선생, 플라스틱 자, 출석부, 분필 지우개, 필통, 교과서, 대걸레 자루 등 모든 것을 무기로 삼아 던지고 때리는 이 선생……. 아이들을 짜증나게 하는 교사의 행동은 결국 부메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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