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무게를 생각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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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6.21 | 조회수 | 33 |
빗자루로 복도에 있는 휴지를 쓸라는 말에 민아의 표정이 홱 바뀐다. "저 주번 아니에요. 주번 시키세요." 그 말에 감정이 상한 표 선생은 민아의 뒤통수를 때리며 순간적으로 욕설을 뱉어 낸다. "뭐라고? 이 버릇없는 녀석. 너 같은 애가 학생이냐?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니?" 둘 사이에 벌어진 신경전은 체벌로 비화되고, 복도는 구경꾼들로 가득 찬다. 교사가 시킨 심부름을 아무렇지도 안헥 묵묵히 할 만큼 요즘 아이들은 순종적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속상해진 교사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 때릴 수도 업속, 훈계도 먹히지 않자 욕을 섞은 언어폭력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심한 언행은 도를 넘을 때가 있다. 아이가 잘못 가르친 부분을 지적하니까 유 선생은 "튄다" "건방지다" "혼자만 잘났니" 하며 윽박지른다. 아이들은 유 선생의 그런 모욕에 익숙하지만 막상 당하는 아이는 혼쭐이 나게 마련이다. 도대체 질문을 못하겠다. 언제든지 질문을하라고 성화를 할 때는 언제고, "그것도 질문이라고 하냐, 돌대가리야" "설명할 때는 귀가 먹었었니?" 하고 호통을 칠 때는 정신이 반쯤 나갈 지경이다. 수업 내용에 얽힌 아이들의 질문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사가 있다. 과학과 김 선생은 조별로 똑같은 과제를 주고 실험하라고 해 놓고서는 '조별로 똑같은 결과' 가 나왔다고 역정을 내서 아이들의 빈축을 샀다. 여고의 학생부에 근무하는 채 선생은 성적 비속어를 자주 써 아이들에게 변태로 찍혔다. 그 비속어의 대화를 생중계 해 보자. "어젯밤 그네를 탔더니 피곤하네." (채 선생) "선생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이들, 진짜 몰라서 묻는다) "짜식아, 집에 가서 네 엄마한테 물어봐!" (채 선생) 결국 채 선생은 학부모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시말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지만 성적 비속어는 그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말을 트집 잡은 아이들이 원망스럽고, 앙심을 품다 보니 욕설은 더욱 교묘해진다. 동료교사 김 선생의 간곡한 충고가 있기 전까지 채 선생의 비속어 행진은 멈출 줄을 몰랐고, 아이들은 아예 채 선생을 '슈퍼맨' (가끔 여학교에 나타나는 변태 성욕자를 이르는 말)으로 취급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교사들은 무심코 던지는 말이지만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교사의 말을 '크게' 받아들인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이다. 교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말들, 예를 들면 말싸움하다 막히면 반드시 튀어나오는 상투어 "얘 봐, 말대꾸하네" 를 비롯해 다음과 같은 말들은 마음을 다잡아먹고 삼가해야 한다. "네 애비 에미에게 그렇게 하니?" "네 집 씨알머리가 그러니?" "남자는 도둑질 빼놓고 뭐든지 다해 봐야 돼.' (정말 그럤다가 정학당한 불쌍한 아이들도 있다.) "네 엄마 면담 기간 중에 안 왔지? 언제 오신다는 거야?" 거미는 거미줄로 집을 짓고 사람은 말로써 인생의 집을 짓는다는 격언이 있다. 교사의 말 한마디가 가르침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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