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욕심은 무관심보다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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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6.16 | 조회수 | 20 |
"지났으니까 얘기해도 되겠네요. 연심이가 2학년 때 담임때문에 우울증이 깊어졌어요. 지금 정신과 진료증을 끊고 오는 길입니다. 원래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를 '이기심' 많다고 몰아붙이면서 어찌나 닦달했는지……." 연심이는 의기소침하고 소극적이어서 이기적인 아이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었다.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지라 연심이가 2학년 올라갈 때 새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상태를 일러 주었더랬다. 2학년에 올라가서 만난 담임 선생님은 상담 교사인 조 선생이었다. 그는 주도면밀하고 세심하게 아이들을 지도하는 스타일이었기에 꽤 안심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 엄마가 찾아와 지난 시절의 고통을 하소연하는 것을 보니 착찹하기 이를 데 없다. 내용을 정리해 보니 담임선생님의 '욕심' 이 빚은 불행이었다. 연심이 담임은 공부에만 몰두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비협조적인 연심이를 어느 날 공개적으로 학급부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반성하고 봉사하라' 는 훈계가 곁들여졌다. 그날부터 연심이는 고난의 학급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주번을 두 번씩이나 하고, 우유 당번에 폐휴지 당번,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토요일 종례 때마다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과 등교 시간에 교실 문을 들어서면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를 복창하는 것이었다. 연심이의 내면은 담임선생님의 '지나친 사랑' 으로 병들어 갔지만 감히 내색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선생님을 보면 억지로 만면에 웃음을 띠어야 했고, 교무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가장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해야만 했다. 담임선생님의 말마따나 겉으로 보기에 연심이의 우울증은 분명히 호전되어 보였다. 사람이 되어 간다는 조 선생의 칭찬도 잇따랐다. 그러나 깐깐한 담임에 대한 공포는 아이의 심성을 피폐하게 했고, 마침내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매사에 완벽한 조 선생이지만 전문 지식 없이 우울증을 치유하려다가 더 큰 병만 만들고 아이와 학부모에게 절망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기질이나 성격에 기인한 생활 태도 교정은 쉽지 않다. 단순히 군대식 개조나 강한 훈화, 끊임없는 징벌로 아이를 고치려 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우울증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도난 사건, 학교폭력, 왕따문제, 심지어 학급운영에 이르기까지 교사 자신이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교사가 건드릴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서슴치 말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자신이 학급 아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인 양 착각하여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동료교사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온전하고 종합적인 지도를 펼쳐서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자존심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해결하기 힘든 사례는 아무리 노력해도 풀기 힘든 것이고, 그 문제를 주변의 동료들이나 상담 전문가에게 가져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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