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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행동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져라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6.15 조회수 21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들이야 뭐라 하건 늘 '콩밭' 에 가 있다. 칠판에 시선이 있는 것 같지만 쉴 새 없이 쪽지 편지를 전달하는 데 골몰하고, 책상 밑으로는 만화책과 연예인 화보가 들락거린다. 장난감 크기만 한 채걸상에 종일 앉아 있지만 아이들의 삶은 학교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시장 골목길 떡볶이집과 히히덕거리며 얼굴을 맞대고 카메라 앞에서 갖은 표정을 짓는 즉석 사진점, 창 넓은 패스트푸드점과 슬며시 고개를 숙이고 출입하는 당구장, 시간을 죽이면서 밤을 불사르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콩밭 정서' 는 유감 없이 살아난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에 조금이라도 섞여 볼 의향이 있다면 아이들의 '콩밭 정서' 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컴퓨터 실력이 수준급이고 학급 관리가 완벽하며 부적응아에 대해 지극정성인 젊은 마 선생이 생활지도를 할 때마다 매사에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아이들이 마 선생을 그냥 완벽을 추구하는 '아저씨' 쯤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마 선생은 아이들의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안다. 뛰어난 당구 실력에 만화광이고 외국 여행 경험도 많으며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클래식부터 십대 인기 가요 순위까지 두루룩 꿰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할 줄' 알지만 '함께 할 줄' 은 모른다. 유능하지만 그 유능함을 아이들에게 베풀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마 선생의 유능함은 그림의 떡이며, 어디까지나 마 선생의 문화일 뿐이다.

그러나 고루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오십 가까운 윤 선생은 그야마롤 '다방문화 시대' 이다. 컴퓨터를 다룰 줄도 모르고 랩을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고 즉석 사진점을 일반 사진관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의 속성을 참 많이 갖고 있다. 호기심이 많으며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헌신적이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배우고, 주책없이 아이들에게 쫓아가 함께 떡볶이를 먹고, 개임비를 대 주면서 포켓볼을 함께 치기도 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진 모델로 인기가 높고, 움직이는 고민 상담 센터이기도 하다. 할 줄은 모르지만 '함께 할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한다고 해서 뭐든지 알거나 따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출이든 폭력이든 아이들의 문화를 적절히 이해하는 마인드를 가져야만 그들의 가슴에 교사의 마음을 심어 줄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 하는 선생님은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온갖 폼을 잡고 십대 흉내를 내는 선생님이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 문화를 고웁하는 자세로 '모르는 것은 모른다. 아는 것은 안다' 이렇게 말해야지 모르는 것을 아는척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배척을 받는다.

아이들은 유능한 선생님보다는 이해심 많고 그 이해심으로 자신들을 적절히 통제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환영한다. 부모님도 그러한 자세를 지닐 때 아이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다. 십대 문화 읽기에 대해 고루 능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깨동무하고 함께 그들의 '콩밭' 에 발을 들여놓을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곧 능력이요 아이들 읽기의 기본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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