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주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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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6.13 | 조회수 | 19 |
역할 부적응 문제는 '힘' 의 불균형에 그 원인이 있다. 평균치의 아이들을 모아 놓은 교실에서 지나치게 튀거나 가슴 아플 정도로 처지는 아이는 따돌림의 표적이 되기 쉽고, 한 번 그렇게 찍히면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해 학교생활을 망치게 된다. 기훈이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보기에 안쓰러운 구석이 있었다. 아동비만으로 고생하다가 중학교에 입학했는데도 비만은 여전해서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 여파로 의욕을 잃고 말았다. 무슨 말을 해도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어떤 행동을 해도 선생님들의 눈에 차지 않았다. 기훈이는 점점 비뚤어지고 주변 아이들은 아예 기훈이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기훈이는 점심 시간에 혼자서 밥 먹고, 청소 시간에 묵묵히 혼자서 걸레질하고, 수업 시간에 남들이 웃어도 표정이 없다.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그런 기훈이가 학급에서 목요일 종례시간마다 하는 함께 노래부르기, '싱어롱' 활성화 방안을 건의하는 자리에서 가장 우수한 방안을 내 공책 한 권을 상품으로 받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담임의 배려였지만 실제로 기훈이는 초등학교 때 음악학원에 다닌 경력이 있었고, 악기 연주, 작곡, 성악에 특기를 가지고 있었다. "저는 싱어롱 활동을 체계적으로 했으면 합니다. 아이들 모두 즐겁게 부를 수 있는 곡목을 선정하고, 각종 악기를 그룹으로 연주하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겠습니다." 기훈이는 학급 친구들 앞에서 수줍게 이야기를 꺼냈고, 아이들은 새로운 분위기에 눌려 기훈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김 선생은 기훈이 혼자서 그 일을 감당하기 힘들 것임을 예측하고 사려 깊은 친구 두 명을 도우미로 붙여 주었다. 기훈이는 열심히 했다. 그 아이의 활약은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학급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에 맞는 곡목을 골랐고,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을 그룹으로 묶어 이삼 일간 연습하더니 '손풍금 공연' 을 멋지게 해냈다. 비록 잘하는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기훈이었지만 말없이 자신을 독려해 주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고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다. 학급 임원들의 노골적인 반대와 질시에도 불구하고 기훈이는 싱어롱 모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갔다. 모둠 도우미로 임명된 친구들은 책임자인 기훈이와 날마다 머리를 맞대고 시시콜콜 계획을 짜고, 보고서를 만들고,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학급 친구들의 냉대에 처음에 어려워하던 기훈이는 담임이 키를 낮추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친구처럼 대하며 싱어롱 일을 함께 상의하고 풀어 나가자 차츰 자신감이 생겼던 것이다. 기훈이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말수도 많아지고 표정도 밝아졌다. 개인적으로는 기훈이의 일상이 달라졌고, 학급 전체로는 학급 활동이 활성화되는 전기가 되었다. 기훈이처럼 타고 난 외모나 조건의 차이로 고통을 받는 아이에게는 막연한 동정심보다는 구체적이고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타인의 사랑을 수용하는 가운데 긍정적인 자아가 형성되도록 돕는 것은 부모와 교사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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