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중학교 로고이미지

4박성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문제 행동을 수용하되 원칙을 지키게 하라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6.10 조회수 20

"선생님 큰일 났어요. 장우가 쉬는 시간에 철호와 현진이를 데리고 몰래 화장실에서 '생일빵' 으로 소주 한 병을 다 마셨어요. 현진이 생일이거든요."

3교시가 끝나기 무섭게 들어온 첩보(?)는 청천벽력이었다. 수도원 버금가는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그것도 대낮에 화장실에서 소주를 마시다니……. 바로 퇴학, 정학, 얼론 보도 등 화려한 용어가 떠올랐다. 위기 상황이었다. 김선생은 곧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아이들을 단속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 4교시 끝나고 나가지 말란 말이다."

김 선생은 점심 시간에 긴급 학급회의를 열었다. 어차피 소문날 중대한 사안을 덮어놓고 쉬쉬한 일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우네 녀석들이 담임과 아이들 앞에서 머리를 숙였고, 담임은 자초지종을 물었다. 머리 좋고 인간성 좋은 장우가 평소에 자신을 따르는 철호와 현진이를 위해 깜짝 파티를 열어 준 것이었다. 아이들은 긴장했다. 사건의 중대성을 눈치 챈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위해 간곡한 목소리로 관대하게 처분해 줄 것을 건의했다. 본인들 역시 머리를 숙이며 깊게 사죄하였지만 학칙에 명시된 선도 규정을 무시할수는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김 선생은 일벌백게의 원칙을 적용할 것인가, 적당히 덮고 수용해야 할 것인가 결정해야만 했다. 원칙을 따르자니 '생활지도의 자율성' 이 손상되고, 은밀히 수용하자니 공공성이라는 '원칙' 이 무너질 판국이다 쉽지 않은 문제를 만난 것이다. 심사숙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소문이 번지고 아이들이 학생부로 넘겨지기 전에 무엇인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법대로 할 것인가? 담임의 가르침으로 싸안을 것인가? 고민 끝에 결국 '원칙과 수용'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장우네는 종아리를 맞고 급우들에게 자신들의 죄를 공개사과 하면서 문제 상황을 수용하게 되었고, 담임은 아이들 앞에 자신의 종아리를 걷고 스스로 회초리를 침으로써 장우네의 문제를 초선도 규정으로 적용하여 원칙대로 '대리 처벌' 하였다. 후에 학교당국에 알려져도 '담임이 그 정도의 성의를 갖고 지도했다는 것은 생활지도의 자율성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했다' 는 즈어각 되므로 누구도 문제 삼기 어렵도록 장치한 것이다.

장우네의 문제는 장우가 스스로의 종아리를 치는 선생님의 손목을 부여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처럼 그렇게 '화끈하게' 해결되었고, 당사자들이나 학급 구성원들은 대체로 수긍과 동정을 나타냈다. 정말이지 기적처럼 소문은 나지 않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은 오래도록 그 일을 잊지 않았다.

캠프장 근처 가게에서 몰래 술을 훔치다 걸린 아이들, 방과 후 빈 교실에서 문득 부딪친 아이의 흡연, 도둑질하다가 현장에서 들킨 아이 하며, 각종 문제 행동은 교사에게 처벌과 수용의 갈등을 일의며 판단을 재촉한다. 수용하되 원칙을 적용하여 용서의 넉넉함과 벌의 대가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가게 주인에게 대신 사과하되 아이에게 학생부장을 찾아가 스스로 이실직고한 후 용서를 빌게 하고, 흡연 사실을 모질게 추궁하지 않되 교사와 부모에게 장문의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게 하는 등 아이들의 심경과 행동을 넓게 수용하되 꼭 지켜야 할 원칙은 어떤 형식이로든 생략하지 않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진실을 깨우쳐 주는 것이야말로 가르침과 배움의 진수랄 수 있지 않을까?

이전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주어라
다음글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