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호를 놓치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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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6.08 | 조회수 | 18 |
왕따 현상은 일본의 이지메처럼 집단사회의 부적응, 이질성에 대한 공격적 성향과는 달리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내성적이며 자기 주장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신체 외모가 특이한 학생, 너무 잘났거나 지나치게 약한 경우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왕따로 지목된 학생은 우울증, 신경 쇠약, 대인공포증에 시달리며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승훈이의 왕따 피해를 눈치 챈 것은 집단 상담 때 역할극을 하며 뱉어 낸 몇 마디 대사 때문이었다. "난 검정고시를 볼래요. 학교는 배가 너무 고파요. 고기가 먹고 싶어요." 우스갯소리 같기도 하고 선문답 같기도 해서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승훈이의 대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가방을 뒤져서 소지품을 검사하고 주변의 아이들을 불러서 "평소 승훈이가 이상한 증세를 보인 적은 없느냐?" 고 물어봤지만 "그냥 종례도 받지 않고 수업하다가 몇 번 집에 간 적이 있다" 는 답변바껭 얻어 낼 수 없었다. 연습장을 넘겨 보니 승훈이 글씨는 없고 모두 다른 아이들이 남긴 낙서만 지렁이처럼 난무했다. 뭔가 있는데 알 수는 없고 불안감만 맴돌아싿.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구석구석 같같이 뒤질 수밖에. 뭔가 감을 잡은 담임은 학급 임원들과 모둠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모둠장들을 소집했다. 몸이 불편한 승훈이에게 무슨 변화가 없었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학급 선도 활동을 맡고 있는 선도 모둠의 수재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승훈이의 간식을 빼앗아 먹어요." "툭하면 연습장을 낚아채서 낙서를 하고, 교과서를 안 가져온 아이들이 승훈이 것을 강제로 빌려요. 아무 말 하지 않고 얼굴만 찡그리는 승훈이는 밥이에요." "엊그제는 전남이가 볼펜으로 승훈이 머리를 찔러 댔어요. 승훈이가 죽어라고 울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고 놀리기만 했어요." 승훈이의 '왕따' 피해는 무의식적인 대사 때문에 그 징후가 포착되었고, 집요한 조사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관련된 아이들은 신속하게 응분의 대가를 치뤘다. 곧 학급회의를 열어 '승훈이 지킴이' 모둠을 따로 편성하고, 승훈이는 겨우 학급 공동체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받게 되었다. 만약 작은 변화의 신호를 눈치 채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갔으면 승훈이는 아마 더 큰 봉변을 당헀을 것이다. 하마터면 담임도 두 눈이 시커멓게 자막 처리된 채로 방송국 고발 프로그램에 나올 뻔했다. 자살, 가출, 폭력 피해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아이의 변화는 그 징후를 수반한다. 청소 시간에 외따로 묵묵히 남의 구역까지 청소하고, 쇼가의 눈길을 은근히 피하며, 극기훈련이나 소풍 때 홀로 행동하는 등 '미심쩍은' 행동 변화를 나타내는 아이를 눈여겨보고 특별히 지도해야 한다. 침몰하는 잠수함의 위기를 알리는 토끼의 쫑긋한 귀처럼 교사의 오감은 늘 교실 구석구석까지 미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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