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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6.07 조회수 15

햇볕(?) 정책은 파트너십에서 비롯된다. 버젓이 횡행하는 폭력 서클의 존재를 학교장이 문책당하기 싫어 아예 없는 것으로 함구령을 내리며 방치하게 하거나 일벌백계의 학생부 지도망에 걸릴까 봐 쉬쉬하며 지도했던 시절, 혼자서는 참 어려웠다. 여중생들로 구성된 공주파와의 6년 전쟁은 이제 젊은 방 선생을 만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15년 경력에 노련미를 자랑한다지만 솔직히 열정이 떨어지기 시작한 때였는데, 와중에 생활지도에 호기심을 느끼며 공주파와 좌충우돌하는 새내기 교사 방 선생과 의기투합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공주파 명단을 보여 주며 일일이 가정 환경과 그 행동 특성을 설명하고, 저학년과의 관계를 새롭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중학생들이라고 하지만 학교 밖을 벗어나면 또래의 폭력 서클과 어울리며 언제나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다. 그들을 지도하려면 '발로' 뛰는 열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짝사랑하고 있었다. 곧 스물다섯 명의 명단이 파악되었고, 검찰청까지 불려 다니며 막가는데 이골이 난 3학년 은혜와 승연이는 내가 맡기로 하고 우리 반 지선이와 유정이는 방 선생이 맡기로 했다.

몇 개월을 그 아이들과 씨름하며 정기적으로 떡볶이를 먹고 빈 교실에서 집단 상담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지도 방법이 알려지게 되었다. 학생부장이 이해해 주며 동료교사들에게 동참을 권유하면서부터 학교폭력 문제는 햇볕이 비치는 대지처럼 공개되었다. 혼자서 지도하던 '달콤함' 은 사라졌지만 터놓고 교무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떳떳하게 합동지도를 논의하는 조직성을 갖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연계지도의 결과였다.

자살 경험이 있고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가끔 자해 행위를 하는 선희가 뱀 눈 피하듯 교사의 시선을 외면하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궁리 끝에 눈치채지 않게 한 학년 위의 지혜로운 선배 수영이를 만나게 해 주었다. 수영이가 선희를 돌보는 법을 전화로 자주 점검하며 뒤에서 지켜봤다. 선희에게 쪽지 편지를 건네고 점심 시간에는 매점에서 함께 우동을 먹고, 주말에는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그림을 그리는 수영이에게 선희는 마음의 문을 열었고, 서서히 대인기피증을 고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담임 책상 위에 카드를 놓고 갈 정도로 선희는 밝아졌다.

교사 간의 파트너십, 아이들 사이의 우정은 열 배, 백 배 열매를 맺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잘 짜여졌으나 메마른 멀티미디어 수업보다는 비록 열악하지만 적절히 친구 과외를 적용하는 수업이 효과적일 수 있고, 혼자서 동동거리며 아이의 마음을 사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때로 선배나 다른 선생님, 친구를 활용하는 지헤가 갑절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머리로 지도하다가 막히면 가슴으로 생각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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