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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는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6.01 조회수 16

교사라면 누구나 아이에게 완벽한 생활 태도를 요구하는 심리가 숨어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학칙에서 정한 선도 규정을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확인해야만 비로소 안심한다. 떄로는 지나치게 아이의 사고를 묶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곧잘 실수를 저지를 뿐 아니라 일부러 일탈을 시도하기도 한다.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일탈 행위를 철저하게 예방하려는 교사와 궤도를 벗어나려는 아이들 사이에 때로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로 말미암아 재가출이나 재탈선이 일어난다.

여고 2학년인 명선이의 담임 민 선생은 정이 많고 의욕이 높지만 그만큼 고집도 세다. 마음먹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1등을 해야 하고, 아이가 가출을 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 와야만 속이 풀린다. 자연히 아이들도 민 선생을 담임으로 만나면 "일 년 정도는 선생님 비위 맞추고 살겠다" 는 다짐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만큼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는 뜻이다.

명선이는 가출을 두 번이나 하고 흡연 문제로 말썽을 일으킨 전력이 이싿. 민 선생은 명선이가 다시 가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매일같이 소지품 검사를 하고 집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과의 사이를 갈라 놓았다. 명선이는 그런 선생님의 지도 방침을 이해하고 있지만 갈수록 차가워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봄바람 부는 어느 주말에 명선이는 한 장의 편지를 곱게 접어 민 선생 책상 위에 얹어 놓고 다시 가출을 했다.

"선생님, 저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다 알아요. 하지만 저 좀 가만둘 수는 없었는지요. 매일 가방을 뒤지고 용의복장 검사하며 머리핀을 빼앗고 귀걸이를 잡아채고……. 그렇게 안 하셔도 저는 많이 조심하고 있어요. 교문 들어설 때면 귀걸이 빼고 머리핀 감추고 교실에서만 한단 말이에요. 선생님 말씀대로 블랙파 아이들과 만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그애들 아니면 누구와도 얘기가 통하지 않아요. 선생님께서 다 막으시니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선생님, 저 사랑해 주시는 것 너무 고맙고 애들도 다 알지만 이젠 더 이상 속박당하기 싫어요. 안녕히 계세요."

민 선생은 그제서야 자신의 지도 방법을 점검하게 되었다. 명선이에 대한 애정과 지도는 참 정석이었다고 여겨졌지만 실제로 관점과 방법이 문제였다. 오랜 시간 나쁜 습관에 젖은 명선이를 하루아침에 고치려 든 욕심도 과했고 무엇보다도 명선이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작은 행위를 교정하려고 집착하다가 고무줄처럼 밀고 당기며 명선이의 마음을 녹이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명선이를 문제아로 보기 전에 자기 행동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한 인간으로 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생활지도에 대한 민 선생의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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