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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마음 열기, 작은 것부터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5.19 조회수 15

"설마 부장 선생님 반은 아니겠지? 애린이는 화장실 옆반을 배정받지는 않았니?"

"불탄 고구마래요. 일 년 동안은 날마다 악몽을 꾸게 생겼어요."

"아휴! 또 아줌마예요? 성환이는 상냥한 처녀 선생님인데……."

새 학급을 배정받고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온 아이들을 맞이하며 부산을 떠는 엄마들의 대화는 연락없는 계모임이다. 학부모나 자녀가 폐쇄적인 학교체제에서 신음하다 보니 학교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그러니 새 학기만 되면 '누가 담임이 될 것이냐', '그 담임이 어떠하더라' 는 소문이 엄마들 사이에 퍼지게 마련이다.

담임들은 모른다. 자신에 대한 평판과 오해와 억측이 자신도 모르게 엄마와 아이들에 의해 얼마나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동네 뉴스에 보도되는지를. 새로운 마음으로 씩씩하게 학급을 지도하곘다는 담임의 마음자세야 어떻든, 학부모와 아이들은 이미 담임에 대한 이미지를 눈동자에 담고 교사를 만나러 온다. 어쩌면 교사들은 단지 나이 많은 아줌마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장 교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소홀한 것이라는 저간의 오해덕분에, 화장실 옆반을 맡아서 일 년 내내 아이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담임으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평가절하 도는 수모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시절 우리 선배 교사들은 담임 노릇에 그늘이 있었다. 말단 관료처럼 아이들에게 수업비를 독촉했고,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울때까지 아이들을 집에 보내지 않았고, 어린이 신문을 강제로 구독하게 했으며, 교육적이지 않더라도 정부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했던 적이 있다. 그런 이유에서, 또 그 연장선상에서 어긋난 담임의 이미지를 학부모들은 유전자처럼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담임들은 학부모들이 내리는 섭섭한 평판을 일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의 평판에 지나치게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학부모와 아이듫의 주장이 일리가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아량을 가져야 한다. 학부모들이 일부 교사들에게 시달려 왔던 경험에서 우리 교사들은 아직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책만 양산하는 교육부에게 촌지교사로 몰았으니,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몰았으니 항의해 봤자 쇠귀에 경 읽기일 테고, 이제는 교사들 스스로 학부모와 아이들로부터 신뢰받고 인심을 얻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학부모의 심정을 읽을 줄 아는 교사가 많아질수록 참교육은 앞당겨질 것이다.

다음은 같은 소재로 학부모에게 담임 서신을 띄워 보는 것이 어떨까?

'1학년 3반 담임의 학급운영관' '별명은 불탄 고구마지만 참 맛있는…….' 경험과 연륜으로 성훅한 생활지도를…….'

쑥스러워하지 말기를, 잊지 말기를……. 일 년간의 생활지도와 굣육개혁의 밑그림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얻는 작은 행위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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