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문서로 말하는 체계' 가 필요하다 |
|||||
---|---|---|---|---|---|
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5.18 | 조회수 | 15 |
양쪽 아이 모두 문제가 있어서 시비 끝에 싸움을 하더라도 주먹다짐까지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힘에 자신이 있는 아이가 먼저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때리고 맞는 행위는 교사와 부모에게 골치 아픈 문젯거리다. "너희들 둘 다 나쁘다. 싸우다니……. 거기 모두 무릎 꿇고 손들어!" 교사들은 흔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양비론을 펼치기 일쑤다. 교사들에게는 아이들 간의 싸움은 무조건 나쁜 것이고, 때리고 맞는 것은 둘 다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배어 있다. 그러나 폭력은 그렇게 간단히 치부될 문제만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막상 주먹을 뻗어 먼저 상대방을 치는 아이는 힘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폭력성에 길들여져 있는 상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한 상황이고, 대부분의 싸움은 힘센 아이의 주도로 끝이 난다. 그것을 적당히 '둘 다 나빠" 라는 양비론으로 덮으면 때리는 아이는 때리는 습관이 붙고 맞는 아이는 일상적인 폭력의 피해자 노릇을 면할 수 없다. 때리고 맞는 아이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나 교사 입장에서 개인폭력이든 집단폭력이든 폭력 상황을 알게 되면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을 분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먼저 약자에게 피해사항을 상세히 쓰게 한다. 맞은 이유와 장소, 시간, 피해 상황을 육하원칙에 맞춰 기록하게 한다. 이때 그 상황을 목격한 주변 친구들을 함께 불러 재빨리 객관적인 증거나 증언을 문서로 기록해 놓는다. 시일이 지난 일이면 일기나 증언을 통해 정황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가해자를 조사 한다. 그래야만 가해 아이가 오리발을 내밀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양쪽 보호자를 통해 화해를 유도할 때 그것을 증거로 사과와 이해를 유도할 수 있다. 가해자 자녀를 둔 부모는 처음에는 미안해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루 이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돌변하기 일쑤다. "그 애가 맞을 만했더군요." 하면서 폭력을 정당화시킨다. 집단폭력의 경우는 가해자 부모들이 연대하여 입을 맞추고 대응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오히려 언어폭력 등 또 다른 폭력을 당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담임은 위축되고 억울한 피해자는 담임을 뛰어넘어 교장에게 가고, 교장이 사건을 은폐하면 교육청으로 달려가고, 그것도 효과가 없으면 교육부로 간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으로 번지면 학교는 더욱 가해자 편에 서서 학교폭력을 은페 축소하게 된다. 담임교사가 입을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더 키우지 않으려면 초기에 담이므이 현명한 지도가 있어야 한다. 생활지도 과정에서 입으로 말하지 않고, 확보된 진술서 등 '문서로 말하는 체계' 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태를 정확하게 수습할 수 있다. 폭력에 대한 지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힘에 의지하여 폭력을 휘두르면 대가를 치른다는 따끔한 교훈을 새겨 주어야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다. 힘이 약해서 맞는 것도 억울한데 '둘 다 나쁘다' 며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것이야 말로 '교사폭력' 이고 '학교폭력' 이다. 시사 고발 프로그래에 나오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직접 상담해 본 경험에 의하여 이렇게 '양비론' 에 희생된 이중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
이전글 | 학부모들의 마음 열기, 작은 것부터 |
---|---|
다음글 | 반장을 줄일 수 있는 처방을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