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을 줄일 수 있는 처방을 준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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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5.17 | 조회수 | 17 |
"동민이 너 또 여자 친구들을 괴롭혔구나. 자 이것 한 번 복용해 봐라." "권덕이 너는 부모님을 모셔 오는 처방을 내리겠다." 30년 넘게 초등학생을 가르쳐 온 정 선생의 생활지도는 참 특이하고 재미있다. 그분 책상 위에는 회초리나 커다란 주걱 따위의 매 대신에 한약방에서나 볼 수 있는 처방전 사물함이 놓여 있다. 각가지 말썽을 피우다가 불려 온 아이들은 회초리를 맞거나 지루한 훈계를 듣는 대신 선생님으로부터 처방전을 하나씩 타 간다.처방전의 내용은 증세에 따라 세분화된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보자. 수업 시간에 맘에 안 드는 짝꿍을 발길질해서 넘어뜨린 영길이는 '방과 후 30분 동안 복도에 걸레질을 한 후 한 장짜리 반성문 제출' 이라는 약방문을, 학교 앞 문방구에서 다이어리를 훔친 순자는 '게시판에 열흘 동안 감동적인 내용의 명언을 성의 있게 써서 붙이기' 라는 처방전을 받았다. 두 번씩이나 여자 아이 머리채를 꺼두른 태우는 '명심보감 첫 장을 50번 베껴 쓰고 아빠 도장 받아 오기' 라는 좀 무거운 약방문을 받게 되었다. 급우를 왕따시키고 돈을 빼앗은 은미는 부모님 소환이라는 극약 처방을 받았다. 생활지도 사안에 따른 수십 개의 약방문이 항상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사로서 감정이 앞서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선생님의 '준비된' 처벌이 비교적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반감을 갖지 않는다. '생활지도 약방문' 은 정 선생의 노하우지만 관심 있는 교사라몀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부모님들 역시 집에서 자녀들에게 알맞은 처방전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실 걸레질 두 번 하기', '슈퍼마켓 세 번 다녀오기', 많이 화가 났을 떄는 '컴퓨터 사용 일주일 금지' 등 자녀에게 처방할 약방문을 놓고 가족회의를 통해 그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지도 약바운이라고 하지만 생활지도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초등학교에서 수년째 저학년만을 맡아 온 40대의 이 선생은 해마다 한두 명씩 만나게 되는 아동 정신증 환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지나치게 수선을 피워서 정상적인 교실생활이 불가능한 아이, 자페증세가 심해서 치료가 필요한 아이는 부모에게 요청해서 아동 정신과를 찾게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병원에 한 번 데려가 보라고 권하면 "내 아이가 정신병이냐?" 고 몹시 불쾌해하는 경우가 있다. 아예 눈감고 지나치자니 그것도 교사의 양심으로 쉽지 않다. 이 선생은 그래서 아동 정신증 증세에 관한 일방적인 현상을 통계치와 함께 문서로 작성해서 편지 형식으로 부모에게 알린다. 말보다는 글이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벼운 치료를 통해 아이를 고치게 된 부모는 평생 이 선생을 잊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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