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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계할 때는 훈계하되, 풀 때는 확실하게 풀어라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5.17 조회수 15

"틀림없이 가정교육이 잘못된 거예요. 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막나갈 수 있어요?"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는 이 선생이 겪은 사연은 아이들의 언어폭력에 관한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기가 막히기는 하다. 학급 아이들을 토요일 오후에 남겨 놓고 훈계를 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해 보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별말을 다헀다는 거다.

"좀 늦었다고 패요? 늦을 수도 있는 거지."

"선생님이 오히려 다른 반에 가서 우리 욕을 하셨잖아요. 담임이 그럴 수 있어요?"

"저희가 떠들면 난리 치시면서 반장인 성희가 떠들면 웃으세요? 차별대우 하지 마세요."

끝없이, 거침없이 이어지는 항의와 독설에 어안이 벙벙해진 이 선생은 그만 분통이 치밀어 아이들과 일대 설전을 벌였다. 그러다 보니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상황은 1대 40이 되고 말았다. 담임은 억울해서 펑펑 울었고, 아이들은 별꼴 다 보꼣다는 표정이었다.

난감한 일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오히려 마음 굳게 먹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담임이 아이들과 싸워서는 안 된다. 할 말 있으면 하라고 할 때는 무슨 말이든 받아들이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거다.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거친 항의나 비아냥, 예의 없는 태도에 대해서는 바로 대응하지 말고 얘기가 다 끝난 다음에 최대한, 진지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대답하거나 반응하도록 한다. 언어폭력의 정도가 심할 때는 차라리 흥분을 감추고 그 자리에서 글로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들이 장난 반 분노 반으로 적어 낸 쪽지를 즉석에서 공개해 보라. 그리고 하나씩 그 거친 글을 읽어 주는 거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기명으로 써낸 담임 욕을 당사자인 담임이 천연덕스럽게 읽는 모습에 박장대소하며 무릎을 칠 거다. 그러면 장난 반 악의 반으로 시작된 해프닝일지라도 담임의 노련하고 따뜻한 포용력에 학급 공동체가 감동하게 된다.

아이들은 단순하다. 또 단순한 만큼 깨끗한 진심과 포용력을 원한다.아무리 유치해도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스스로를 던지면서 거는 승부수에 동감을 표할 줄 아는 아량이 숨어 있다. 그 코드를 맞추면 교사와 아이들은 서로 즐거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교사라는 직업은 자칫 자기에게는 관대하면서 제자들에게는 가혹하기 쉽다.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게 머리를 깎여 억울하다고 교장실에 찾아가(교장실 문은 늘 열려 있다는 말을 믿고) 호소했다가 학생부에 끌려가 아주 혼이 난 일, 그러려면 집에 가라는 말에 진짜 가방을 쌌다가 건방지다고 한 대 더 맞은 일……. 아이들은 오랜 학창 시절 동안 무서운 선생님들에게 걸려서 벌벌 떨었던 공포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한순간의 기억일지라도 그 체험이 교사란 존재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으로 단정짓게 한다. 아무리 교사지만 훈계를 할 때는 훈계하고, 관용을 베풀 떄는 확실히 베풀어야 한다. 하물며 말하고픈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멍석을 펴 주었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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