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뺀질이, 서서히 변화를 유도하라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5.16 조회수 17

"학원 가야 해요. 예? 어떻게 일요일 오후 시간을 빼요. 그 시간에 토플 공부해야 되요."

"과외비가 얼만데……. 시간 조절할 수 없어요. 누가 미화부장시키라고 했어요?"

공부 잘하고 총명하고 어디 한 군데 약점을 찾기 힘들지만 주는 것 없이 미운 아이가 있다. 자기 혼자서 하는 일은 깔끔하게 하면서도 환경미화 때는 쏙 빠지고, 교사가 업무상 도움이 필요해서 부탁하면 학원 시간 늦는다고 당당하게 거절하는 아이는 교사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아이들 사이에 이기심을 저장한다. 막막한 심정에 잘못이 없는 아이를 꼬투리 잡아서 나무라기에는 모양새가 어그러지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속이 터진다. 어찌하오리까?

첫째, 아이가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학급일을 맡긴다. 수학을 잘하면 시험 기간에 수학 내용을 정리해 오게 해서 풀이를 시키고, 시간이 없다고 뿌리치면 자료 정리를 성의 있게 해 오도록 하여 학급에서 역할을 맡긴다. 미술학원에 다니는 아이에게는 연습 자료를 환경미화 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학급 아이들 앞에서 칭찬해 준다. 이 정도 되면 학급을 위한 봉사활동 과제를 부과해도 아이는 예전처럼 마냥 뿌리치지는 않을 것이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서서히 접근하는 방식이다.

둘째, 학생부 동료교사에게 부탁하여 '페휴지 걷기' 나 '교통 캠페인'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서 좀 고생을 하도록 한다. 유치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효과가 있다. 단, 이 경우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원망을 품고 이런 일을 시키면 역효과가 난다. 요즘 아이들은 눈치가 빤해서 교사의 사심을 품으면 금방 알아챈다. 순전히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가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오면 급우들 앞에서 칭찬하고 생활평점을 높여 준다. 기회가 되면 봉사상이나 선행상을 수여한다. 혼자 잇송을 차리고 몸을 빼는 습관에서 벗어나 생각의 여백을 만들 수 있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생활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 뺀질이보다 더 빤질거리는 강적을 짝꿍으로 앉힌다.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거울처럼 자신의 행동을 비춰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반대로 성품 좋은 아이와 함께 짝꿍을 맺어 주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한일이다. 마음 좋은 짝이 자신을 위해서 희생정신을 발휘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교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넷째,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청소년단체의 국토기행이나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담임이 좋은 프로그램을 확보해서 학부모와 면담을 하고 권하면 학교에서 심어 주기 힘든 '감동' 을 얻어 올 수 있다. 뺀질이의 변화는 학급에 긍정적인 효과를 파급시킬 것이다.

다섯째,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얄미울수록 좋은 일을 하나씩 시키면서 칭찬하고 '너를 믿는다' 고 속삭여 주어라. 진짜로, 진심으로 칭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만 맡겨야 한다.

뺸질이는 말썽을 피우는 아이보다 다루기 힘든 존재다. 옳고 그름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내면으로부터 '그래도 나는 이렇게 행동할 거야. 할 수 없어. 불이익을 당할 수는 없잖아' 라고 다짐하는 아이를 어떻게 이길 수있겠는가. 그러니 조금씩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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