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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한 아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마라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5.11 조회수 16

"학원에 가야 한단 말이에요. 그럼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 해 줘요."

"그냥 있어요. 싫어요. 선생님이나 해요."

담임이 의욕을 갖고 행사를 제안하거나 하다 못해 노래 한 곡이라도 부르자고 하면 아이들은 짜증부터 낸다. 심지어 시험 예상 문제를 가르쳐 주려고 교과서를 펴라고 하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안 배웠어요" 를 외친다. 방어적인 아이들을 대하면 짜증이 난다. 집단적인 히스테리도 문제이지만 매사에 무관심한 아이를 대하는 것도 도 닦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뭐든지 시큰둥한 아이들은 정말 속수무책이다. 흥미 있는 모둠 학습을 해도 웃음기 하나 없고, 공동체성을 키우기 위한 모둠 활동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아이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무관심이 깊어 지면 교사의 친절이나 심지어 친구들의 따돌림조차 꿋꿋하게 빗겨 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일은 피해야 한다. 매사에 무관심한 아이에게 교사가 나타내는 강한 반응은 오히려 거부감만 불러올 뿐이다. 원래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일 경우 더 그렇다. 아이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기초 조사에 의존하여 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표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이가 언제부터 무슨 계기로 무관심한 생활 태도를 갖게 되었는지 친구들과 학부모, 전학년 담임을 통해 알아보고, 필요하면 상담실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지도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다이어리(종합 수첩) 요법' 을 써 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들로 구성된 모둠 속에 '무관심표' 아이를 섞어 놓고 다이어리 교환 편지를 쓰게 한다.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짧은 생각 등 온갖 내용이 기록되는 다이어리를 정기적으로 교환하여 공개하고, 서로의 것을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면 어느새 아이들 사이의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강철 심장이라도 친구들의 일상과 모둠의 공동 목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무뚝뚝한 남자 아이의 경우에는 모둠일기 교환을 통해 속마음에 깃든 정을 끌어내도록 한다.

그런 뒤에 교사가 주의 깊게 모둠을 파고들어, 필요하다면 다이어리 교환 내용에 대해 조언을 해 주고, 함께 키득거리며 웃고 궁금한 것을 묻다 보면 간접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집단을 형성해서 혹은 드문드문 끼어 있는 무관심한 아이들을 위한 '끌어내기' 는 다이어리 요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할 찾아 주기', 이해심 많은 학부모에게 의뢰하여 가정 상담으로 연계하는 '위탁 가정 상담',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과 '짝지어 주기' , 집단 상담의 '역할극' 등 얼마든지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가 많다.

물론 안다. 말이 그렇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사실 무관심표 아이들은 그냥 두면 아무도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은 교사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관심과 지도는 적극적인 생활지도에 속한다. 은근하고 끈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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