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과 몽정,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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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4.11 | 조회수 | 19 |
"꾀병이지? 무슨 배가 그리도 고장이 잘 나니. 잔말 말고 앉아 있어." "툭하면 아프다고 해. 아침을 안 먹어서 그래. 너네 반 급훈을 봐라. '아침 먹고 오자' 아니냐." 배를 끌어안고 끙끙 앓던 난숙이는 식은땀을 흘리다가 마침내 초경을 맞이했다. 성교육을 통해 초경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어는 라 그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다. 초경이 뭔지도 모르는 선생님께 혼나 가며 경험한 '초경' 은 오래도록 한 점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다. 고만고만한 나이에 초경이나 몽정을 경험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때로 두렵고 낯설다. 여자 아이들이라면 차마 선생님께 초경이 시작되는 것 같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는 법이다. 또 본인 스스로 눈치 채지도 못할 때가 많고, 복통을 호소하면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선생님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혀 놓고 무시하는 일도 허다하다. 남녀맣ㅂ반을 지도하는 신 선생은 총각이지만 이런 일을 아주 지혜롭게 잘해 내고 있다. 신 선생님은 학기초에 신중학고 마음 따뜻한 아이를 양호부장으로 뽑아서 아이들의 초경 여부를 조사하여 일지에 기록하게 한다. 그리고 배가 아프다는 아이가 나오면 우선 양호부장을 맡은 아이에게 보낸다. 양호부장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초경일지를 통해 푱범한 복통인지 생리통인지를 먼저 판단하고 생리통인 경우 선생님께 건의하여 조퇴를 시키거나 보건실로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덕분에 신 선생 반에서 초경을 맞았던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신 선생의 지헤로운 처사를 화제로 삼으며 감사하고 있다. 한편 광호는 중2를 넘기면서 엄마에게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몽정을 하는 날 새벽에는 창피하고 두려워서 몸을 떨어야 했다. 침대 밑에 감추어 놓은 팬티가 벌써 다섯 장이나 된다. 이제 엄마에게 핑계 댈 말도 바닥이 나싿. 여드름 송송 나고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아들의 고민을 눈치 채지 못한 엄마는 잃어버린 팬티에만 집착할 뿐이다. 일 년에 한 번 연례행사로 치르는 비디오 성교육은 중간고사 준비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광호는 몽정이 뭔지 알길이 없다. 인터넷에서 엿보았던 찬란한 포르노조차도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혐오감에서 헤어나지 모사는 아이를 구한 것은 상치과목으로 도독을 가르치던 한문 과의 김 선생이었다. 김 선생은 톨스토이의≪부활≫을 교재로 하여 3개월째 성과 결혼이라는 주제로 짬짬이 남자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몽정은 건강의 징표다'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민감한 나이에 생고생을 해 살이 쪽쪽 빠지던 아이는 마침내 구원을 받은 것이다. 얼굴살이 펴진 광호는 평가 시간에 선생님께 감사의 글을 한바닥 가득히 날렸다. 학교에서 이렇게 할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대책 없이 닥쳐오는 신체 변화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초경일지를 만들고, 몽정이나 자위 행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안내해 주는 등의 관심은 학급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작은 정성에서 얼마든지 우러나올 수 있다. 부모님들도 초경을 맞이한 자녀를 위해 성년식을 하듯이 케이크에 촛불을 켜 놓고 축하를 해 주면 좋겠다. 이런 관심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 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몸은 정직하고 수줍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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