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를 찾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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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4.05 | 조회수 | 25 |
"저기 빈자리는 누구냐? 출석부에 표시가 되어 있지도 않은데 대체 누구지?" "보건실에 갔어요. 아파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진짜 보건실에 간 것인지 어디 도망을 간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진 선생은 혹시 몰라서 연필로 표시를 해 놓는다. 나중에 담임에게 확인을 보아야지 하고 마음먹지만 수업 끝나는 종과 함께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 보건실은 피난처다. 아폴로 눈병이 번져서 휴교조치가 내리던 때는 아이들이 충혈된 눈빛을 빛내며 보건실 앞에 장사진을 쳤다. 담임에게 아폴로 눈병으로 조퇴를 허락받으러 갔다가 퇴짜를 맞은 아이들이 집에 가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보건 교사의 진단을 받기 위해서였다. 보건 교사가 눈병을 예방하기 위해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집' 에 가기 위한 집념에 눈이 먼 아이들은 서로의 눈에 눈병 걸린 아이의 눈물을 발라 주며 병을 옮겼다. 보건 교사와 보건실의 존재의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였다. 사소해 보이지만 눈병 하나만 보더라도 우라의 학교가 얼마나 아이들의 건강을 해롭게 하는지 모른다. 이렇게 열약한 환경은 교사와 아이 간에 또 다른 충돌을 불러일으킨다. 보건실을 가운데 놓고 교사와 아이들이 벌이는 신경전은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기준이는 한 선생의 수업을 기피한다. 국어 시간에 한 선생에게 한 번 모질게 언어폭력을 당한 후 '국어 시간 기피증' 에 걸린 기준이는 국어 과목이 든 날에는 스스로 감기약을 과다복용하고 보건실로 실려 가다시피 했다. 후에 그 사실을 안 보건 선생님은 요주의 인물 명단에 기준이를 추가항렸다. 정신박약증세를 보이는 은예는 하루에 두 번씩 아무 말 없이 교실에서 사라진다. 담임은 아이를 찾다가 마침내 보건실에 간다. 수줍은 얼굴로 보건 선생님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은예를 본 순간 담임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보건 선생님도 착찹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급 담임이나 교과 담임 눈에 비친 기준이는 분명 꾀병 환자지만 보건 선생님 눈에는 심각한 스트레스성 대인기피증의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폴로 눈병을 고의적으로 옮기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교사 입장에서도 오죽 학교가 싫으면 아이들이 탈출을 꿈꾸겠는가 하며 한탄한다. 보건실을 가운데 놓고 벌이는 씨름은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가증되고 보건실을 찾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현명한 생활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무단으로 보건실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입실을 할 떄는 반드시 해당 교과 담임의 서명을 받게 하고, 반대로 담임은 조퇴 등을 요구하는 보건 교사의 의견서가 있으면 자신의 고집을 덮고 순순히 보건 교사의 말을 따라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아이가 뚜렷다 병명 없이 보건실을 자주 찾으면 심리적으로 학급 생활에 적신호가 온 것으로 판단하여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건 교사와 상의하면서 상담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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