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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빵, 그래도 자존심은 지켜 줘야 한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4.01 조회수 20

"흡연하고 침을 뱉으면 살이 빠진다는 낭설에 현혹되어 자주 교실 바닥이나 계단에 함부로 침을 뱉는다. 어떤 때는 삼삼오오 단체로 모여 누가 많이 뱉는지 내기까지 한다."

"수업 시간에 끊임없이 머리빗이나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며 강박증세를 나타낸다."

"수업 종료 5분을 남겨 놓고 꼭 화장실이나 보건실을 보내 달라고 한다."

"수업 중에 두세 명의 아이들이 앞자리에 붙어 앉아서 줄기차게 잡담을 나눈다. 그 아이들의 딴 짓거리에 지긋지긋해진 담임이 아예 자리를 지정석으로 정해서 코앞으로 올멱 놓은 건데 전혀 효과가 없다."

"수업을 전폐하며, 초점 흐린 눈빛을 한 채 쉴 새 없이 칼등으로 손목과 팔뚝을 그어 댄다."

"평소 보지 못했던 흉터가 손등과 손목에 검게 얽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칼빵과 담뱃불 문신이다. 막상 교사에게 발견되어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매직 퍼머는 양반이다. 아줌마 퍼머에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고 학교에 온다."

도저히 말로 타일러서는 될 것 같지 않은 요즘 부적응아들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문제는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반응 역시 그 못지않게 편파적이고 분열적이라는 것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못이 박혀 이싿.

"뱉은 침을 핥아먹어라."

"탤런트 흉내만 내면 뭐하니. 얼굴이 따라줘야지."

"곧 종치니까 조금씩 싸서 말려!"

"아주 계모임을 해라. 똑같은 것들만 모여 가지고……."

"조직이니? 아예 퍼렇게 문신을 하지."

물론 속상하고 기가 막힌 데 무슨 말인들 못할까 마는 그렇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훈계를 해 봤자 나아지지도 않을 뿐더러 말이 험할수록 교사도 그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여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곰곰 짚어 보면 부적응아들의 꼴불견에는 하나같이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교사 입장에서 속이 상하고 화도 만힝 나겠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 이유를 찾아 진단하고 인격적으로 지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침은 뱉는다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갈증을 유발하여 피부가 거칠어진다."

"핑클 머리는 조명 받는 핑클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이왕이면 사복에 맞춰서 묶어 보렴."

그 밖에 강박증세는 강화 요법이나 이완 요법을 적용해 보고, 떼 지어 떠들 때는 자주 교실 앞으로 나오게 해서 칠판을 지우게 하거나 판서를 시키고, 칼빵(칼로 상처를 내는 것)이나 담뱃불 문신은 이성 친구에게 우정을 맹세한 표식이기 쉬우니까 그 방향으로 지도를 하는 것이 어떨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밉지만 그 아이들에게도 자존심은 있다. 자존심을 존중해 주면서 지도해야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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