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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 도움이 필요하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3.30 조회수 19

집단 괴롭힘, 교묘한 언어 폭력, 왕 따돌림, 약자에 대한 암묵적 멸시……. 으스스한 이지메! 바다 건너 일본 문제인 줄만 알았는데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이지메 피해 아이들의 유형도 가지가지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저만 못한 듯싶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풀려는 보상심리를 드러낸다. 실제로 남자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교실에서 주먹순으로 서열을 매긴다. 서열이 높은 아이가 낮은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서열이 낮은 아이가 심부름을 해야 하는 부당한 현실이 만연되어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면 주변의 아이들을 붙잡고 세세하게 물어보기 바란다. 반장이나 임원을 빼놓고 학급 전체가 이 먹이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구조 속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으면 혼자 힘으로 헤쳐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어릴 적 화상으로 인해 얼굴 반쪽이 검게 탄 흔적이 남아 있는 본진이는 항상 찌푸린 표정에 말수가 적다는 이유로 급우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바르고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별난 외모를 지닌 본진이는 영락없는 '미운 오리 새끼' 이다. 본진이뿐 아니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담임교사의 협력(?)으로 학생회장을 지낸 경순이는 중학교에 와서도 매시에 잘난 체하는 바람에 왕 따돌림이다. 그럼에도 경순이는 만화영화<캔디>에 나오는 악역의 '이라이자'처럼 그 독신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눈썹을 곤두세운다. 반면에 예의 바르며 공부 잘하는 소민이는 어디 흠잡을 데 없는 아이였지만 3년 내내 반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친구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특별히 적대적인 아이는 한 명도 없는데 투표를 하면 저에게 표를 주지 않아요." 질시의 대상이 된 소민이는 정체감의 장애를 일으켰다.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 고민이 있고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지도하는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본진이에게는 학급 스터디 그룹을 관리하는 총무를 맡겼다. 자율학습 시간마다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보고서를 재촉하는 모습 속에서 새로운 상이 정립되었다. 경순이는 학급의 노련한 어머니 한두 분에게 부탁하여 주말마다 집으로 초대해 정감 어린 충고를 통해 심성을 교정해 나갔다. 똑똑한 소민이에게는 파스칼의 팡세처럼 자아를 성찰할 수 있는 글을 쓰게 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깨닫는 가운데 타인의 마음을 수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도록 격려했다. 미움과 외로움을 생산적으로 풀어 갈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따돌림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연구 과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듣ㄹ에게는 정체성이 해체되는 고통이 따른다. 자폐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 주의력이나 표현력이 부족해지고, 공부만 몰두하여 교우관계를 소홀히 하는 태도가 불안, 우울 , 부정적 사고로 이어져 학교폭력의 연쇄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들을 돕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세상에 단 한 사람에게서라도 사랑을 받는 아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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