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곧바로 싸우지 마라(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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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3.23 | 조회수 | 25 |
"아휴, 속상해 죽겠어요. 걔 때문에 수업도 못하겠어. 때려도 소용 없고……." 언제나 차갑고 의뭉스런 눈빛으로 교사를 주시하다가 뭔가 지적을 받으면 눈을 내리깔고 조소를 보내는 유미가 오늘 또 민 선생의 비위를 건드린 모양이다.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유미처럼 매사에 좀 삐딱하게 굴면서 걸핏하면 교사를 무시하고 째려보는 아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교사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주의를 주면 겉으로는 마지못해 따르는 척하지만 분명히 마음속으로는 거부한다는 의사를 감추지 않는다. 주의를 ㅈ는 교사의 의도가 묘하게 일그러지는 순간이다. 체벌하며 훈계해도 비웃을 뿐이고, 그냥 두자니 선생 노릇 그만두면 그만뒀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유미 같은 아이 중에는 의외로 가정환경이 좋은 경우가 많다. 부모의 높은 기대치와 아이의 지나친 자만심이 과보호와 과잉간섭에서 자라나 냉소적인 성격으로 굳어진 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어린 시절 성적 피해나 극심한 폭력을 경험하여 형성된 일종의 대인기피증 같은 증상이 아이의 성격을 냉소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한 정서장애를 훈계나 매로 다스리니 효과가 없을 수밖에……. 차가움은 차가움으로 다스리라는 옛말이 있다. 민 선생의 처지를 들은 김 선생은 유미를 지도할 계획을 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김 선생은 수업 중 어느 순간 또 지적을 받은 유미를 매일 2교시 쉬는시간마다 교무실로 불렀다. 꾸지람을 하거나 설득하지도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벌칙 대신 이 심부름 저 심부름시키다가 그마저 할 일이 없으면 아무 말없이 곁에 5분씩 세워 놓았다. 교무실로 불려 올 때는 대단한 벌칙을 각오했는데,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째 좀 이상하다? 교개를 갸웃거린 유미는 사나흘 시간이 흐르면서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반면에 김 선생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가 넘쳤다. 자신만만하던 아이가 초조함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면서 두 손을 든 날, 김 선생은 그제서야 정색을 하고 속내를 쏟아 놓았다. " 유미야, 네가 자존심 강하고 똑똑한 아이라는 것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네 태도는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단다. 지금부터 고치자." 차갑기 그지없는 며칠간이었지만 의외로 선생님이 유미의 손을 잡고 애정 어린 훈계를 하자, 냉정하던 유미의 마음은 촛불처럼 녹았다. '냉소엔 더 뜨거운 냉소가 약' 이러니……. 부모님이나 교사들이 유미 같은 아이를 다루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같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즉흥적으로 반응을 하지만 그 짧은 반응 속에는 긴 사연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굳어진 대인기피증 때문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아이에게 똑같이 즉흥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이의 분노심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그럴 때는 한 박자 늦춰야 한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밥상머리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것은 모든 문제를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슴이 쓰리고 화가 치밀어도 좀 참고 계획을 세워 한 가지씩 지도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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