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이들은 억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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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3.22 | 조회수 | 19 |
"너희들 무슨 얘기 했니? 바른 대로 말해, 내 욕했지?" 수업 시간, 판서를 하려고 돌아선 교사의 뒤통수에서 한 무더기의 아이들이 까르르 웃어 댄다. 휙 뒤돌아보면 눈치를 힐끔거리며 언제 웃었느냐 싶게 잠잠하다.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 온 방 선생이지만 뒤통수에서 웃어 대는 아이들의 돌발 웃음은 정말 싫다. 여러 명이 복도에서 스치고 지나가며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터뜨리는 웃음, 수업 중에 교사의 동정을 살피며 자기네 끼리 의미심장하게 주고받는 웃음, 생각지 않게 그런 것들이 교사의 화를 돋운다. 꼭 교사를 겨낭하여 흉보기 웃음을 웃는 것 같아 꽤씸하기조차 하다. 그래서 종종 '공중전화 시비' 처럼 아무것도 아닌 웃음 하나가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비극을 가져온다. 교사는 "왜 웃었느냐?" 고 추궁하고 아이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입을 굳게 다문다. 아이들의 그런 태도는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하다. 아이들은 대개 교사 모욕죄(?) 나 수업 방해죄(?)로 따끔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그게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런 경우의 아이들을 잘 조사해 보라. 십중팔구는 오해를 살 만한 그 웃음이 실은 자기네끼리 작은 비밀을 나누거나 하찮은 흉내 내기 등 사소한 것으로 인한 웃음이 대부분이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웃는 십대이지 않는가. 비록 타이밍이 안좋아 기분 나쁜 웃음으로 비치지만 이해가 필요하다. 여유 있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해가 필요한 것 또 한 가지. 불심검문에 걸린 쪽지다. 교사 눈치를 보며 유비통신처럼 돌려보다가 압수당한 쪽지에 깨알처럼 적힌……, 으악! 교사에 대한 엄청난 욕! "대유 그 자식……." 물론 화가 머리끝까지 나겠지만 어디까지나 '몰래 한 짓' 이다. 곤장 백 대도 시원찮겠지만 시비를 가릴수록 참 우스워질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와 아이들의 공감 능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교실 크기, 앞자리 아이와의 거리, 청각 능력 그 모든 것이 어른인 교사가 감지하는것과 아이가 감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아이들이 천방지축 쑤군대다가 걸려서 체벌을 받는 이유는 이런 탓도 크다. 아이들이 억울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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