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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행동에는 배후가 있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3.17 조회수 24

"얘가 계속 거짓말을 하네요,. 퇴근할 때마다 차 원도우 브러시에 욕설을 가득 담은 메모를 꽂아 놓고 도망가는 거예요. 그걸 본 사람도 있는데 아니라고 발뺌이네요."

초등학교 5학년짜리 여자 아이가 날마다 담임을 욕하는 쪽지 공세를 펼치자 마음 좋은 김 선생도 마침내 화가 났다. 이번에 아에 뿌리를 뽑겠다고 작정했지만 아이는 한사코 부인하며 뻔한 거짓말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견디다 못한 담임이 필적증명원에 의뢰하여 필적감정까지 해서 사실을 밝혀 냈지만, 아이는 여전하다. 진퇴양난이다.

요즘 부쩍 스트레스가 많아진 아이들이 교사를 괴롭히는 수법은 정말 만만치가 않다. 단골 지각생이어서 매를 드니까 "뭘 이 정도 갖고 때리느냐" 고 항변을 하는가 하면, 습관적으로 숙제를 안 해 오는 아이에게 벌로 세 배의 숙제를 내주었더니, 남자 친구를 시켜서 교사의 집으로 악담 전화를 해 댄다. 또 폭력 서클 아이들은 부모님을 부추겨서 자신들을 강력히 지도한 교사를 교육청에 체벌교사로 고발하게 하는 등 학교마다 '교사 머리 꼭대기' 까지 오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

촌지에 열린 교육, 수행평가에 성과급 파동 등 안그래도 동네북 신세인데 이제는 아이들까지 교사를 만만하게 여기니……. 어디 마음 둘 곳이 없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이렇게 뻔뻔스러워졌을까? 딜레마를 풀려면 이제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다룰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미리 예측하여 선을 정하고, 교사나 아이 모두가 감당 못할 약속은 재고해야 하며, 아이의 교만에 감정으로 대하기보다는 죠용하고 끈질긴 지도를 펼쳐야 한다.

욕설 메모로 담임을 괴롭혔던 지에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담임에게 체벌을 당하 것을 계기로 분노를 투사한 경우였다. 아빠에게 손찌검을 당한 날이면 아빠에 대한 욕설을 공책에 옮기는 습관이 생겼고, 그 습관이 친구에게 욕설 메모를 전달하는 행동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는 교사에게 번진 것이었다. 김 선생이 지에의 행위를 정신 건강 측면에서 전단했으면 상담하기가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 선배들에게 맞고 그 죄를 국어 교사에게 덮어씌운 연배 역시 완벽주의로 아들을 억압하는 엄마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였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가르침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다. 교실을 넘어 가정으로, 가정을 넘어 사회로 아이가 처한 생활지도와 바다에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편지 요법, 개인 상담, 심부름하기, 명언 칠판에 쓰기 등 여러 방법을 쓰며, 가르쳐야 할 사항은 열흘, 한 달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느긋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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