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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중독증, 문화에 눈뜨기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3.14 조회수 24

"어른들은 스캔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스타를 좋아한다?"

어른들이 연예인의 사생활에 그로 인한 과정, 일상을 벗어난 기행을 그린 드라마에 큰 관심을 갖는 데 반해 아이들은 외로운 일상을, 보는 것을 뛰어넘어 곧바로 패닉으로 빠지는 스타 숭배로 채우려 든다. 그 열정은 스크린과 무대를 뜨겁게 달구며 박수를 치고, 팔딱팔딱 뛰며, 울고불고 목청껏 오빠를 외치고, 올라인에서 클럽을 만들고, 연예인과 자신이 사랑을 나누는 줄거리의 자전적인 소설을 쓰는 팬픽 현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인기 가수의 사진첩을 끌어안고 그 가수의 노래를 쉴 새 없이 흥얼거리는 상희, 남자 가수의 사진으로 자기 방 벽에 도배를 해 놓고는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바라보고 꿈꾸고 어우러지는 미영이, 인터넷 통신사로 팬클럽 아이들과 밤새 넷팅을 하고 날마다 지각을 하는 연희, 미니 농구공을 24시간 끼고 살며 NBA에 몰두하는 영진이 등은 흔한 '오빠문화; 신도들이다.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 그래서 애드가 모랭은 진작에 인간의 기저에 갓든 맹목적인 스타숭배를 경계했던 것인가.

스타에 넋이 나간 자녀를 보면 어느 부모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밥도 먹지 않고 밤을 새워 '오빠' 에게 편지를 쓰는 딸을 바라보는 것은 번뇌를 참는 수도승의 고행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말로 달래 보고 안 되면 용돈을 올려 주며 설득하다가 그래도 안 되면 마침내 성질을 낼 수밖에 없다. 긴 인내가 무너지는 순간 마침내 달려들어 아이의 다이어리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사진을 뜯어 내고, 방에 널린 브로마이드를 걷어 내며, 한바탕 실력행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부모는 허망해지고 아이는 절망에 빠진다.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미움과 집착은 엇갈리고 부모와 아이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진다. 스타가 부모의 '웬수' 가 되는 것이다.

아기자기하게 공동체를 경험해야 할 시기에 마음이 온통 마이크로칩과 브라운관에게 가 있는 아이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공주병에 사로잡힌 아이들에게 스타 숭배는 때로 마약과도 같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의 스타 중독증은 충고나 일방적인 금지로 해결하기 힘들다.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생활을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고하고 지적한다고 고쳐질 일이 아니다. 아이의 생활 전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스타 중독증은 고쳐질 수가 없다.

스타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스타를 좋아하는 아이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여자 가수에 빠진 상희에게 정 선생은 어느 날 브로마이드와 예쁜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상희의 얼굴에 긴장이 풀어졌다. 사제 간에 대화의 통로가 트이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화의 내용이 다양해졌다. 가끔씩 선생님이 사다 준 청소년 문화 잡지를 읽으면서부터는 스타들의 화려한 이면에 감추어진 인간적 고뇌와 추한 일면, 타락한 문화에 대해 눈뜨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스타가 '인간' 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스타 숭배가 '스타 탐구' 로 이어지면서 상희의 생각은 넓어졌고 생활은 제자리를 찾아갔다. 사실 이러한 역할은 부모가 더 많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부모는 교사에 우선하는 교사요, 가정은 학교에 우선하는 학교라는 격언을 되살려야 한다.

교사와 부모가 이 시대에 '문화 전도사; 가 되는 것은 필연적인 문명의 현상이다. 피해 갈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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