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아이들의 모방 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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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성은 | 등록일 | 11.03.17 | 조회수 | 23 |
고스트(유령)는 언제나 몽상과 의식의 언저리에서 맴돌며, 어른들에게는 공포심을, 아이들에게는 신비감을 안겨다 주지만 누구도 현실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한다. 어쨋든 무섭고 끔찍하기 때문이다. 중3 연옥이는 동급생인 영주를 수시로 불러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 말하자면 지속적으로 일 대 일 왕따를 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피해자인 영주가 가해자인 영옥이를 신처럼 떠받들었다는 사실이다. 연옥이가 그 무섭다는 고스트를 등에 업고 수개월 동안 마음 여린 영주를 세뇌시킨 것이 원인 이었다. 연옥이는 스스로 '삼신할머니' 를 자처하고 자기를 '엄마' 라고 부르도록 강요했는데 그 과정이 기가 막힌다. 연옥이는 텔레비전에서 유행하고 있는 각종 귀신류에 관한 소설과 드라마 내용을 입수하여 나름대로 날마다 조금씩 영주를 홀린 것이다. 그럴듯한 말투와 간협적인 폭력, 드라마 배경 음악을 주로 이용했는데, 영주는 저능아도 덜 떨어진 아이도 아니었지만 그 분위기에 저항을 못하고 녹아들어 갔다. 영주는 날마다 돈과 음식을 갖다 바쳤지만 '삼신할머니' 의 구박은 그칠줄을 몰랐다. 때리고 협박하고 어르는 행위가 바복되었다. 영주의 부모님은 가끔씩 우울해하고 몸에 상처가 생기는 딸아이를 걱정했지만 막상 당사자인 영주는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어서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는 엄마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그쪽' 이라고 부르는 기행까지 나타났다. 연옥이가 영주에게 "엄마는 나 하나뿐이니까 더 이상 네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 고 지시한 것이었다. 엄마는 기가 막힐 뿐 원인조찿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진실은 어느 날 갑자기 밝혀졌다. "우리 누나가 영주 누나를 부엌칼로 찌르려고 해요. 도와주세요"라는 겁먹은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그날 연옥이는 영주가 맛있는 것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았다고 영주를 무릎 꿇려 놓고 칼로 쿡쿡 건드리며 위협을 하는 중이었고, 두 살 아래의 연옥이 남동생은 누나의 악행을 보다 못해 영주 엄마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천사와 마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저는 마귀인 것 같아요. 나쁜 짓을 많이 하잖아요." "돈과 음식을 가져가면 축복해 주고 칭찬했어요. 물론 못 가져가는 날이면 때렸지요." 알아보니 연옥이는 멀쩡한 아이였고 결코 삼신할머니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주 또한 정신적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였지만 거듭되는 구박과 세뇌에 질려서 자아를 굳게 닫아 버린 경우였다. 결국 연옥이는 영주 엄마의 선처에 힘입어 처벌을 받은 후 전학을 갔고, 영주는 상담 교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뒤떨어진 공부를 보충하는 등 치료 과정을 거쳤다. 밀레니엄 시대의 왕따는 미디어를 모방하고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는 등 예측불허다. 고스트 왕따 같은 문제는 교사의 훈계나 처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해를 경험한 아이와 그 아이들을 교정할 수 있는 '엄마들과의 자매결연' , 가해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교사와 짝 맺기, 상담 교사와의 '연계 상담' , 놀이를 통한 이완 요법, 모둠편지 주고받기 등 여러 방면에서의 지혜가 동원되어야 할 종합 생활지도 분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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