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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 새로운 재미를 좇는 아이들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1.03.09 조회수 29

교실 한구석이 뭔가 쑤군쑤군 수상하다. 아이들이 5, 6년  전 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볼펜점과 반지점을 치는 모양이다. 요즘은 또 각종 퍼즐 놀이와 별점을 치는 놀이를 통해 하루의 '토정비결'을 점치기도 한다. 인터넷 사주궁합과 핸드폰을 이용한 전생 알아보기 등 점치는 문화 역시 날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특히 타로카드를 섞어서 그림 퍼즐을 맞추면 과거와 현생과 미래까지 나타나는 카드 점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행위에 탐닉하는 아이들일수록 공부 고민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한다고 해도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에 매사에 욕구불만에 차 있다. 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자연스럽게 좌판 펼치듯 점판을 벌이는 것은, 우습지만 엄연한 교실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점판문화가 심해지면 예상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현미와 둘레 아이들은 틈만 나면 별자리점과 타로카드점을 보고 핸드폰을 통해 하루의 운세를 확인하는 데 몰두한다. 수업 시간에 필기를 하는 짬을 이용하여 점을 치다가 지적당하면 아예 교사까지 끌어들여 점을 치고 복채를 요구한다. 현미는 카드점을 비롯해 볼펜점에 이르기까지 점에 능한 아이다. 중간 고사 기간이 되면 시험 문제를 가르쳐 달라는 아이들로 현미 자리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현미의 인기는 상종가를 쳤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몸이 마르고 식은땀이 났다. 대낮에도 시커먼 악마가 옆에 서 있는 환상에 시달리고, 체력이 급속하게 떨어졌다. 축 늘어져 아무 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타로카드를 손에 잡으면 귀신 들린듯 눈빛이 빛나며 점치는 일에 신명을 느낀다.

우연한 기회에 현미의 상태를 알게 된 상담 교사 김 선생은 걱정스러워하며 심리교정 작업을 제안했다. 단전호흡을 시키고 명상을 가르치고 굳어진 혈을 지압하여 풀어 주었다. 오랫동안 명상을 해 온 김 선생의 전문적인 치료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현미는 마약처럼 중독된 귀신 놀이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었다.

공부밖에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재미를 찾아 헤맨다. 그틈새를 이용한 점치기 놀이는 심할 경우 아이들에게 심각한 정서장애를 유발한다. 타로카드보다 재미있는 교실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날마다 점을 치지 않더라도 내일에 대해 불안하지 않은 미래가 예측되는 가르침이 있었으면 좋겠다.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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