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신화 1권부터 20권까지도 전부다 읽어서 읽을 책이 없었다. 물론 줄 글로 된 책은 대부분 읽지 않고 대충 전개만 아는 책들이 과반수인데 왜 그 책을 읽지 않았냐고 묻겠다면 그 답은 그냥 싫어서 이다. 그래서 독서시간 전에 책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리 반에 널브러져있는 '닥터노구찌 1' 이라는 표지가 아주 심플한 만화책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이 어째... 왠지 안경을 쓴 주인공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대충 넘겨봤는데 일본에서 그린만화를 번역해 놓은 것 이였다. 일본하면 일단 안 좋은 이미지부터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냥 읽었다. 근데 내용이 아주 다큐 같았다. 내 동정심을 마구마구 자극하였다. 일본에 노구찌라는 아이가 있다. 근데 그 아이는 엄마의 부주이로 한쪽손이 없다. 그것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으면서 힘들게 공부해가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모두 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림체도 약간 어정쩡한 게 놀림 받게 생겼다. (은근 귀엽던데) 게다가 이런 비운의 주인공의 아빠는 꼭 술주정뱅이나 돌아가신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엄마혼자서 열심히 일해서 쥐꼬리만큼 벌어다가 차려놓은 살림을 발까닥 뒤집어 놓는 아버지는 한마디로 진상 이였다. 노구찌는 영어사전으로 외국인과 회화할 정도의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학생인거 같았다. 물론 수업도 열심히 들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더 상급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는 달걀말이가 아주 비싸고 귀한음식이라고 했다. 근데 개념 없는 친구 놈이 그 소중한 달걀말이를 노구찌가 보는 앞에서 "너 불쌍하다. 이거라도 먹어!"라고 하면서 일부러 떨어뜨렸다. (먹는 걸로 장난치면 지옥 간다. 애기야_작가왈)노구찌는 처음에는 안 먹었지만 다음날에 떨어뜨린 것은 먹었다. "먹는 걸로 장난치면 벌 받음."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와! 완전 통쾌함 내가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주었네! 그리고 또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노구찌의 손을 치료하게 친구들이 도와준다. 그 나쁘던 친구들도 피랑 눈물정도는 있었나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인가? 손 수술을 했는데 대충 손 모양은 잡았는데 '피부이식'이라는 것을 받지 않으면 근육은 그 성질 때문에 서로 붙으려한다고 한다.(새로운 사실을 알았음 너무 기뻤음)그래서 그냥 손가락만 생겼을 뿐이지 그냥 똑같았다. 그래도 노구찌는 기죽지 않았다. (아이고 기특한 녀석) 노구찌 꿈은 원래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손이 불편해가지고 의사가 되겠다고 해서 어떤 의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고등소학교(고등학교)는 졸업하고, (노구찌 친구는 여관일 하는 사람임 근데 걔도 엄마가 돌아가셨음. 새엄마가 오셨음. 동생이랑 아빠랑 자신만이 한 핏줄임 친구도 비운의 조연이네) 그 다음얘기는 2권에서 계속된다. 아 빨리 2권이 읽고 싶다. 아무튼 노구찌는 1권만에 15살이 되었다는 것이다. 9권까지 있는데 벌써 15살이 되었다. 우와!~ 뭐 이런 일은 많이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짱구는 못 말려'의 주인공인 짱구도 15년 가까이 5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본도 한국 만만치 않게 왕따가 심했구나.. 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근데.. 실화인가?? 뭐 노구찌랑 주변 등장인물이 말하는 것을 세밀하게 다 적어놓은 것을 보면..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겠지? 아무튼 그동안 잠시 잠들어있었던 나의 동정심과 인심을 꿉꿉한 묵은 빨래를 햇빛에 널어놓는 그런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