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배게를 치우고 둥글게 말린 이불을 정리한다. 동그란 밥솥에서 밥을 동그랗게 퍼다 가 동그란 그릇에 옮겨 닮는다. 동그란 프라이팬에다가 동그란 달걀을 까서 동그랗게 부친다. 그리고 동그란 숟가락으로 다 함께 퍼먹는다. 난로에서 꺼낸 동그란 감자를 후식으로 먹고 동그란 컵에 물을 담아 마신다. 동그란 변기에 앉아 동그란 큰일을 보고 음미한다. 평소 같았으면 동그란 비누로 손을 씻었겠지만 얼마 전에 엄마가 '데○'을 사 오셔서 그걸로 손을 씻는다. 이것 또한 동그랗게 생겼다. 그리고 동그란 내 얼굴을 씻는다. 동그란 눈 주변도 동글동글, 동글한 내 콧구멍도 시원하게 파준다. 동글치 않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비교적 동글한 신발을 신고 동그란 바퀴가 매력적인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등교한다. 길을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동글한 얼굴에 동글한 눈, 동글한 코, 동글한 입(그 안에 네모)을 가지고 특히 할머니 같은 경우는 머리카락도 한 올 한 올 모두 동글동글하다. 우리엄마가 그러는데 그렇게 머리를 동글하게 말면 머리가 풍성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머리숱이 많이 없는 할머니들에게는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동글한 시계를 확인하고 동글동글 손잡고 다 같이 모여 놀다가 종이 치면 동글한 얼굴의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선생님은 동글 길쭉한 분필을 가지고 수업을 하신다. 특히 내가 15년 동안 살아오면서 동그라미를 제일 많이 보고 그려왔을 것이다. 15년 수학인생이란..,. 아무튼 수업을 마치고 쉬고 수업하고 쉬고 수업하고 쉬고 수업하고를 반복한다. 이것 또한 동그라미 현상인 듯하다. 집에는 아까 타고 왔던 동그란 바퀴의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간다. 집에 가서 동그란 시계를 확인하고 손을 씻고 다시 동그랗게 잠이 든다. 지금은 동그란 달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지만, 내일은 동그란 해님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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