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하게 점심을 먹고 우리는 수영을 하러 갔다. 근처에 있는 계곡에 가서 할 줄 알았는데 한 10분 정도 걸어가서 주영이오빠네 집 옆에있는 거의 명치 까지 오는 계곡에서 수영을 했다. 가져온 슬리퍼가 없기에 양말까지 다 벗고 맨발로 뜨끈뜨끈한 돌을 밟으면서 물에 들어갔다. 여자애들 따로 남자애들 따로 들어갔는데 여자애들이랑 같이 들어가니까 시간이 걸렸다. 암튼 그 때도 재미는 있었다. 딱 들어가니까 박재가 나보고 "야 남내, 저기 니가 좋아하는거 있다." 이런다. 머지? 보니까. 저게 내가 좋아하는 건가. 아니 저걸 내가 왜 좋아해야 되지. 박재 이 개녀니 오빠들 옷 벗은거보고 나 좋아하는 거라고 한다. ㅡㅡ 별로 보고싶지도 않다. 암튼 수영은 재밌었다. 난 머리카락은 젖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이 때문에 젖었다. 지원이가 나 빠트린다고 작정을 하고 계속 덤비는데 내가 계속 지원이를 빠트렸다. 참 재밌었다. 가끔가다 남자애들이 물을 뿌려서 전쟁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힘든 건 돌아갈 때가 힘들었다. 젖어서 양말이랑 신발을 못신고 아까 왔던 길을 10분동안 걸어가야했다. 아무튼 도착하니까 배도 고팠고 목도 말랐다. 가서 물부터 일단 마시고 쪼그려 앉아잇었는데 씻으려고 딱 일어스니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치도록 어지러웠다. 얼굴이 찡그려지고 토할 것 같았는데 작년부터 요즘 계속 이러는 것 같다. 엄마가 빈혈이라고 하는데 빈혈이 맞는 것 같다.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서거나 하면 머리가 어지러워서 저절로 눈이 감기면서 꼬꾸라질 것 같다. 중심 잡는 것도 힘들다. 암튼 얼른 씻고 나와서 에어컨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과학선생님이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셨다. 무슨 체험학습같은 걸 하고 자유시간이라는데 체험학습은 꽃잎으로 손수건 물들이는 것인데 말하자면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이름이 참 대단하다. 꽃잎을 따서 손수건 위에 올리고 반을 접어 숟가락으로 두들이는 건데 막상 시작하니까 숟가락의 하모니가 들렸다. 고막 터질 것 같았다. 나도 더 세게 쳤는데 너무 세게 쳐서 그 큰소리 속에서 내 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옆에 있던 기면지랑 우섭이오빠가 웃으면서 처다봐서 웃겼다. 다 하고 다른 것도 만들기로했는데 우리가 하지 말자고 해서 안만들었다. 쉬는시간에 남자애들은 축구를 했나? 멀했나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냥 방에서 수다를 떨었다. 선생님이 그게 재밌냐고 물으시는데 너무 재밌었다. 다 하고 이제 져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3시까지 점심을 먹었는데 5시에 저녁을 먹었다.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점심을 많이 먹지도 않았고 수영가서 신나게 놀다와서 배가 고픈편이었다. 우리는 저녁에 박재네 집에서 사온 갈비를 먹었다. 작년에는 오리 불고기였는데 올해는 갈비라서 애들이 환호했다.너무 많아서 다른 접시에 담고 조금씩 구워서 먹었다. 버너 같은게 있으면 식탁에 올려놓고 구워먹을 텐데 버너가 없어서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구웠다. 그래서 힘들었다. 애들은 구우면 먹고 구우면 먹고 하는데 난 먹지도 못하고 계속 굽기만 했다. 근데 구세주가 등장했다. 병찬이오빠가 와서 구워준다고 했다. 올ㅋ 참 착한 것 같다. 앉아서 고기가 없어서 파채만 깨작깨작 먹었다. 오빠들이 고기를 구워서 가져왔는데 먼가 익은것같긴 한데 덜익은것같기도 하지만 익었다니까 믿고 먹겠다. 먹었는데 맛있게 먹다가 뼈 붙은 갈비를 먹었는데 덜익었다. 그래서 이거머냐고 하니까 그냥 웃는다. 왠지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고기를 다 먹었는데 밥이 남아있었다. 그 때 우섭이오빠가 오더니 고기 더 먹을거냐고 묻는다. 이거 머라고 말해야 할지. 그냥 웃으니까 부족한거 아니까 구워준다고 한다. 먼가 놀리는 것 같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계속 먹으니까 옆에 있던 철빈이오빠가 애들 잘먹네. 이런다. 그 때 먹고있는 애가 나밖에 없었는데 그 말을 듣고 그 오빠한테 왜 그소릴 나한테 하냐고 하니까 막 낄낄덴다. 나도 웃었다. ㅡㅡㅋ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말하는게 귀찮았다. 아무튼 역시나 설거지는 애들은 남자애들이었고 평범하게 저녁을 끝냈다. 이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목적실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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