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나를 포함한 우리반애들이 질문같은 것을 하지 않아서 진도가 빨리 나가기 때문에 작년이나 올해나 교과서를 일찍 끝내고 문제집을 풀고 있다. 처음에는 문학이었고 지금은 비문학이다. 문제 수준은 쉬운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어서 그럭저럭이고, 하루에 6장씩 풀어오는 것도 슬슬 익숙해지는 것 같아서 괜찮다.
근데 오늘 수업시간에 하나 느낀게 있다. 그것은 지문에 대화가 가끔 나오면 너무 어색하다는 거다. EBS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잘 못하나? 그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여기 내가 국어시간에 상당히 뻘쭘하게 읽은 글이 있다. 그 글의 전문이다.
'선생님: 여러분은 지난 시간에 고려 가요의 주요 특징으로 후렴구의 반복을 공부하였죠? 학생들: 예. 선생님: 우리 친구들 중에는 과거의 문학과 현재의 문학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문학의 전통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있답니다. 학생들: (갸우뚱거리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요? 선생님: 예,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지금 제가 노래 한 곡을 들려 드릴게요. (오디오) "너무 너무 멋져 맘이 맘이 가빠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내 맘! 맘! 맘! 맘! 맘! ~ (중략) ~'
여기까지. 아무도없는 데서 글로 써도 이모양인데 이걸 내가 수업시간에 읽었다. 그냥 글 읽듯이 읽었다. 느낌표가 모여있을 때엔 느낌표 순서대로 끊어 읽기도 했다. 우성제가 그랬으면 내가 몇 달 동안 놀릴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젠장. 그냥 애들한테만 들려주지 뭣하러 글로 써가지고 나를 곤란하게 하는거야. 별 거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사람 5명 이상 모여있는데서 크게 한번 읽어봅니다. EBS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원활한 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문제도 보면 대화가 너무 모범적이다. 예를 들면 옛날 교과서에서 영희가 넘어진다고 가정을 한다면은 영희: 아야! 철수: 영희야, 너 괜찮니? 이러겠지. 근데 요즘엔 영희: A 18 철수: ㅋㅋㅋㅋㅋㅋㅋ 이럴 거다. 소설책을 좀 읽어야 할 필요가 있겠어. 그리고 단어 형성법 배울 때 앞에 4컷 만화가 나오는데 여자애는 왜 남자애에게 수업시간도 아닌데 이러쿵 저러쿵 쑥부쟁이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일까 .그래도 문장과 담화의 해석에서 나오는 대화는 센스있더군.
예를 들어 '1번 (승완은 약속 시간에 늦은 석준에게 화가 나 있다.) 승완: 지금 몇 시야? 석준: 세 시인데.' 아주 멋있다. 석준은 유머감각이 넘치는 사람이었어. 본받을 필요가 있겠어. 가장 자연스러운 대화 장면을 찾는 문제라서 체크하진 못했지만, 가장 자연스럽지 않은 대화 장면을 찾는 것이었다면 무조건 찍었을 거다. 어차피 답이라 찍어야 되는건데.
그러하다. 그래도 내 국어 능력을 향상 시키는데는 아주 약간의 도움을 주긴 했다. 그것이 유일한 장점이긴 하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감상문으로써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그래서 기념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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