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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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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곧 정의다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2.03.29 조회수 28

오늘의 일기는 매일매일 쓰는 족구가 아니다. 이것을 먼저 밝혀둔다. 오늘 일기의 주제는 바야흐로 2012년 3월 29일 족구가 끝난 뒤인 1시 20분 5교시 체육시간에 일어났다. 족구가 다 끝나고 체육관에 갔더니 체육선생님께서 안계셨다. 애들도 안보이길래 심심해서 성제랑 배드민턴이라도 치려고 내가 주로 쓰는 파란색 배드민턴채를 찾으러 갔다. 갔더니 내가 분명 놔둔 자리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남인애가 그걸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나는 그걸 기어코 다시 되찾아서 성제와 배드민턴을 쳤다. 박재용은 김현지와 쳤는데 가운데서 남인애가 얼쩡대다가 나중에는 자기랑 칠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박재용이 남인애하고 쳐주다가 갑자기 남인애가 경기를 하자고 했다. 오늘 경기만 한다면서. 그러길래 나는 이미 성제랑 하고 있는데? 라고 했더니 남인애가 팀전으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현재까지는 배드민턴이 하위권에 머무는 박재용이랑 당당하게 팀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졌다. 내가 박재용한테 기술을 헛 가르쳤나보다. 하여튼 지니까 남인애랑 우성제가 막 나댈 것 같기에 나는 미리 다 끝나면 너네 둘이랑 나랑 한판 붙자고 하였다. 재네가 두명이니까 채가 두개고, 그러면 내가 채를 한 개 더 들어야 공평하기에 나는 혼자서 채를 두개들고 열심히 나댔다. 결과는 나의 완승(?)이었다. 이런 멍청한 놈들이 노부(늙은이가 되버렸다...)를 무시한단 말이냐, 무량수불. 하여튼 이겨가지고 내가 뭐 무림초출들이 나댄다면서 뭐라 하니까 남인애가 1대 1로 하자고 했다. 내가 계속 채 두 개를 들고 하려고 하니까 뭐라해서 결국 쿨하게 하나 버려줬다. 경기는 시작됐고, 나는 거의 남인애의 2배정도의 점수를 내며 앞서갔다. 후반에 조금 따라잡히긴 했으나 결과는 21:13으로 완승이었다. 뭣도 아닌게 까부네. 그러자 이번에는 성제가 자기랑도 한 번 하자고 했다. 나는 이미 지친 상태였지만 성제는 앉아서 쳐도 이기므로 그냥 받아줬다. 무협지에 보면 항상 무림은 도전과 패배가 난무하며 나중에는 노고수가 신진고수한테 무릎을 꿇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이 몸 한테는 그런 주인공버프따위 통하지 않는단 말씀이시다.
막 하다가보니 성제한테 처음에 1점을 먹고, 그 다음에 따라잡는 식으로 했더니 성제가 좀 나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성제가 받기 어려운 곳으로만 공을 쳐줬다. 오늘따라 성제가 좀 오래가는 것 같았지만 내가 바로 앞에 찍는바람에 성제는 치려다가 넘어졌다. 아직 날 이기려면 백년은 멀었다 이거지, 무량수불. 하여튼 계속 내 실력을 보여줬더니 성제가 서브를 막 이상한데 날리고 그래가지고 나는 이 불쌍한 중생에게 진짜 비매가 뭔지 보여주었더니 성제가 막 제대로좀 달라면서 뭐라 했다. 가랑잎이 솔잎보고 시끄럽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른거지. 하여튼 결국엔 내가 압도적이었고 결과는 21:13으로 내가 이겼다. 성제는 자꾸 다리에 힘풀린다고 변명을 했지만 나는 남인애를 이기고도 성제를 가뿐히 꺾었고, 오히려 내가 더 힘풀려야 되는데 왜 니가 다리에 힘풀리냐면서 반박했다. 그랬더니 성제가 뭐 전에 넘어진게 어쩌고 저쩌고 그래가지고 나는 자기관리 소홀이라는 이름으로 성제의 말에 반박했다. 성제는 결국 꼬리를 내렸고 나는 명실공히한 우리 반 배드민턴 1인자가 되었다. 하여튼 내가 1인자가 되자 나는 다른 애들에게 서열을 정해주기로 하였다. 사람들은 무협지 속에서 순위매기는 것을 좋아하더라니 나도 약간 옮았나보다. 하여튼 남인애는 확실히 나에 비하면 아니지만 다른 애들에 비하면 잘했으므로 2인자고, 박재용은 내가 앞으로 가르칠 애니까 3인자고, 남정미 누나는 오늘 안하기는 했지만 남인애가 자기가 조금 더 잘한대서 4인자, 김현지는 못하지만 사람 수가 적은 관계로 5인자, 성제는 6인자가 되었다. 성제는 자기가 애들보다 더 잘한다면서 왜 6인자냐면서 따졌다. 이것은 누가봐도 정의다. 힘을 가진자가 곧 정의고, 힘은 가진자라면 곧 승자가 아닐까.
남인애가 어제인가 문예창작에 나한테 졌다고 올려서 완전 자기는 잘했고, 내가 못친거니 어쩌니하다가 내가 다 이상한데로 공을 쳐서 진거라면서 뭐라했는데 오늘은 빼도박도 못하게 되었으니 참 통쾌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어제는 박빙이었지만 그건 내가 컨디션이 안좋았던 모양이다. 물론 남인애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나도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13점이나 냈으면 확실히 잘한다고는 할 수 있다. 성제는 내가 지친 상태에서 13점을 냈기 때문에 똑같이 점수를 내도 남인애가 더 잘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적이지만 훌륭했다. 성제빼고.
어쨌거나 나는 곧 정의가 되었고, 성제는 이에 도전하려는 악의 무리가 되었다. 내가 농담으로 나는 물러나고 내 제자인 박재용한테 1인자의 자리를 물려줘야지 했더니 성제가 뭐 자기가 박재용은 이긴다면서 나댔지만 박재용이 꼭 자기가 이기는 줄 알아요라는 한마디에 누그러졌다. 그러기에 덤비길 왜덤비는지. 하여튼 앞으로 배드민턴 칠 때는 좀 조심해야 겠다. 내가 다 이겨서 기고만장해있고, 서열까지 다 정해줬는데 지면은 이거 낭패가 아닌가. 뭐 내가 질 일은 저 태양이 없어지는 날까지 있을 리가 없으니까. 물론 우리반에 한해서만이다. 세상은 넓고 노고수는 많다(나 뭐라니... 덕후 위험군.).  하여튼 나는 오늘 승자가 곧 정의라는 한가지 사실을 배웠고, 성제는 불 속에 뛰어드는 나방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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