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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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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덕후래...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2.03.28 조회수 33

오늘은 3교시에 체육이 들어서 쉬는 시간끝나자마자 체육관으로 갔는데 체육선생님이 안계셔서 심심풀이로 그냥 치기로 하는데 남인애가 감히 나에게 도전장을 날렸다. 남인애따위 너무 허접해서 안쳐주려고 했지만 거절하자니 뭔가 도리가 아닌 듯 해서 그냥 받아줬다. 하다보니 역전하다가 역전당했다가 다시 했다가 박빙이었다. 허접치고는 그리 못하지는 않았다. 하다보니까 남인애가 실수로 내가 찍기 좋게 공을 높이 올려서 줬고 나는 그걸 치면서 '건곤대나이'라고 외치면서 공을 내리찍었다. 건곤대나이란 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에 나오는 기술중의 하나로 한자로는 乾坤大那移 뜻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과 땅을 크게 옮겨버린다인데 이름만 거창하지 솔직히 적의 공격을 다시 적한테 되돌려서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비열한 수법이다. 하여튼 그랬더니 찍기가 성공해서 계속 여세를 몰아서 여러 무협지에서 본 기술들을 막 부르면서 나댔다. 그래서 결과는 15점내기에서 15:14로 이겼다. 한창 기고만장해져 있었는데 남인애가 또 덤볐다. 그렇게 치다가 남인애가 뭐라 했는데 내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한 결과 기권이 분명했다. 결국 나의 승리인가. 2전 2승이라 참 좋은 전적이다!
그러다가 기본자세 연습하고 다른 애들할때 나는 성제랑도 쳤는데 그때도 나는 여러 기술이름을 부르면서 쳤다. 이러니까 더 잘 쳐지는 것 같았다. 다른 무협지 '삼류무사'에서 본 칠화정련이라는 기술도 있었고, 거의 무협속의 낚시라고 보면 될 듯한 환영술에다가, 무림 사람들의 내공 수준을 나타내는 이기어검등등... 하여튼 그러고 놀았다. 박재용이 자기랑 치자 그러길래 나는 너는 아직 강호출두의 준비가 안된 애송이일 뿐이라고 하기도 하고, 박재용이랑 우성제랑 팀해서 나 하나 상대하려고 하기에 그래 너희둘은 합격으로써 덤비거라 라고 하는 등 좀 많이 나댔다. 다 끝나고 교실로 갔는데 박재용이 나보고 덕후라고 그랬고, 남인애는 나보고 중국 덕후라고 했다. 성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니까 일본 덕후고 나는 중국 무협지만 보니까 중국 덕후란다. 내가 아무리 무협지를 많이 보았다고 한들 덕후라니 말이 되는가. 나는 인정할 수가 없어서 '나 오(吾)자에 덕 덕자(悳) 두터울 후(厚)자를 써서 나의 덕은 두텁다라는 뜻으로 맞받아쳤다. 그랬더니 막 비웃었다. 순간적으로 짜증나서 아무 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량수불. 요즘에 진짜로 무협지를 많이 봤는지 자꾸 어떤 문파에서 말끝마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거리는 거를 따라하고 있다. 진짜 덕후가 다되가나 보다. 그런데 무협지 좋아하는게 왜 덕후일까... 그저 책을 많이 읽는 것 뿐인데 말이다. 하여튼 자기들은 제대로 뭐 하나에 빠져본 적 있나. 확 그냥 혈도를 집어서 당분간 못움직이게 하고 싶었지만 나는 혈도가 어디가 어딘지 제대로 몰라서 그냥 넘어갔다.
하여튼 초등학생때는 판타지 계열만 몇십권을 읽었었는데 요즘엔 무협지를 읽었더니 뭔가 학식이 넓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나보고 덕후라니... 초등학생때야 뭔가 허구적인게 재밌어서 막 읽었다쳐도 요즘에는 무협지를 보면서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있거늘 모두 나를 비웃는다. 만약 미래에 무협지가 그저 이론적일 뿐이 아니라 사실적이고, 과거에 진짜 이런 게 있었다면은 나는 나한테 비웃은 망할 인간들을 비웃어주고 싶다. 근데 나 진짜 덕후가 맞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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