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움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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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예슬 | 등록일 | 13.08.27 | 조회수 | 19 |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나도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보기는 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여러 번 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되고 난 후의 나의 모습이 궁금했고, 어른이 되고 나서 주어지는 일들과 의무는 무엇이며 그것들을 모두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오늘 내가 쓸 글은 어른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내 글씨체에 대하여 쓰는 아주 시시한 글일 뿐이다. 그러니 너무 기대하지는 말도록!
나는 한글을 독학으로 익혔다. 아마 이 문장을 읽은 모든 사람들은 '그럼 한글을 독학으로 익히지, 학교에서 익히냐?' 라면서 어이없어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글조차도 학원에 보내서 익히게 하려는 젊은 엄마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어른들도 모르는 사이에 한글을 익혀 버렸다. 어른들이 이미 알고 있었을 때는 내가 내 이름 석 자 쯤은 쓸 수 있었고, 책도 읽을 수 있었으니까. 아마 그때 가족들이 많이 바빴다. 어떤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이 바빴다. 아무튼 그렇게 우여곡절로 나는 한글을 익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글을 쓸 줄 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의 특유의 글씨체가 있겠지? 원래 모든 사람들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글씨체를 조금씩 보정하며 예쁜 글씨체가 된다. 나도 그렇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글씨체, 초등학교 중학년 때의 글씨체, 초등학교 고학년 때 글씨체, 중학교 초기의 글씨체, 현재의 글씨체... 모두다 천차만별이다. 과연 지금까지의 나의 글씨체는 어땠을까? 사진을 첨부할 수는 없지만 글로나마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유치원을 다닐 때는 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글씨체를 모른다.)의 나의 글씨체는 그 나이의 아이들보다는 더 또박 또박하게 글씨를 썼다. 아니, 또박 또박하게 쓸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집은 글씨체가 예쁘지는 않아도 누구나 봤을 때 알아보는 글씨체를 선호한 이유도 없잖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또래보다 힘이 약했기 때문에 글씨를 쓸 때 온갖 손의 힘은 다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나는 'ㄱ' 한 자를 써도 그 손의 힘 때문에 모양이 흐트러질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도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가끔 듣기도 했다. 하지만 2학년 때가 고비였다. 학교에서 필기를 하면 빠른 속도를 요하므로 그것이 그만 글씨체가 내 것이 되기 전에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나도, 어른들도 잘 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 글씨체를 보면 아주 가관이다.
초등학교 중학년 때의 나의 글씨체는 한 마디로 아이와 어른의 중간 글씨체였다. 우리 엄마의 글씨체가 굉장히 예쁜데 나는 그 글씨체를 항상 동경해 왔었다. 따라서 나는 어차피 바꿔야 할 글씨체였으므로 엄마의 글씨체를 유심히 관찰한 후 그 글씨체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글씨체일지 궁금할 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궁서체에 필기체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글씨체는 1년만에 사망을 하고야 말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그러니까 4학년 때부터 나는 고딕체와 비슷했던 인애의 글씨체와 크기가 작은 글씨체를 동경했었다. 뭔가 각이 지니 더 예뻐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즉시 인애의 글씨체를 유심히 보고 따라 썼다. 예상대로 글씨체를 쉽게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크기가 작은 글씨체를 동경하다 보니 나도 글씨를 쓸 때 크기가 작아져 버렸고 그 크기는 대략 팥 한 알 정도의 크기와 비슷했다. 이대로 일기를 썼으니... 왠만하면 선생님도 알아보기 힘드셨을 것이다. 그 후로부터 나는 글씨 크기를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한 글씨 크기를 키웠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글씨체의 크기는 나를 매우 만족감에 빠지게 했다. 다만 어른들은 그 마저도 작다고 했지만... 아무튼 이 글씨체는 중학교 초기까지 이어졌고, 거의 4년 6개월 정도 후에 사망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미래에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을 하건 내 이름을 어른스럽게 쓰고 싶어서(쉽게 말하면 내가 중년이 되었을 때 나이와 글씨체를 일치 시키려고) 최대한 어른스럽게 글씨체를 바꿨다. 기본 틀은 다시 엄마의 글씨체로 맞추면서 말이다. 글씨체를 바꾼 것이 작년이었으니까 이제 1년 정도 되어간다. 아마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한 것을 보면 1학년과 2학년 정도 시기의 글씨체와 지금의 글씨체가 많이 다를 것이다. 나는 지금 글씨체에 매우 만족한다. 비록 내가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으니까... 이 글씨체를 변화 시키지 말고 평생동안 이어가고 싶다.
내가 한 때 다이어리 꾸미기(일명 '다꾸')에 푹 빠져 있었을 때 나는 인터넷에서 글씨체를 바꾸고 싶다는 글들을 많이 봐왔었다. 그럴 때면 항상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답을 했다.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글씨체를 프린트해서 따라 쓰세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글씨체가 바뀌어있을 거예요." 라고. 하지만 나는 수많은 변천사 앞에서 이렇게 글씨체를 바꾼 적이 없었다. 그냥 내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그 순간부터 내 글씨체는 바로 바뀌었었다. 글씨체가 자리를 제대로 잡지 않아서일까? 글씨체도 습관인데... 난 다른 습관에 비해 글씨체는 너무 쉽게 바꿨다. 아무튼 이번을 기회로 내 글씨체에 대해서 써보았다. 별로 유용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읽어주어서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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