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에 시야에 대해서 써보았다. 이 글을 쓰는 계기도 그것과 관계된다고 할 수 있다. 어제 진로체험학습을 하러 갈때 나와 우성제와 박재용은 국어선생님 차를 타고 갔다. 출발 전 교장선생님 말씀을 들을 때도 보았지만 어제 하늘은 진짜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구름이 있는 것이 멋있어보였다. 차를 타고 갈때도 딱히 할 말은 없고 해서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면서 갔었다. 뒷자리에 앉아서 갔지만, 우성제 나 박재용 이렇게 앉아서 갔기 때문에 하늘이 그렇게 잘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올 때엔 우성제한테 우겨서 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얼핏 본 하늘과 제대로 본 하늘은 달랐다. 평소에 나는 날씨가 흐리던 맑던 필요외의 비만 안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제대로 바라본 하늘은 푸르고 넓었다. 과연 그 하늘에 비하면 나는 어떤 존재일 것인가 생각도 해보았다. 답은 ZERO다. 어디부터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우주인지 구분도 안가는 저 넓은 공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주는 영향은 어느정도 일 것이다. 그것도 또한 0에 가까웠다. 그래서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에 국어선생님께서 사람은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세상에 자기를 맞추는 사람, 남은 하나는 자기에 세상을 맞추는 사람. 국어선생님께서 무엇이 될 것 같냐고 물어보셨을 때, 나는 세상에 나를 맞추는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대답했었다. 얼핏 보기에는 자기에 세상을 맞추는 사람이 더 좋아보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자기를 맞추는 사람은 아부를 잘해서 처신을 잘하는 사람, 일제시대때의 을사오적같은 존재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세상에 나를 맞추고 난 다음에야 세상을 나에게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초등학생때는 내년되면 잘해야지, 중학생이 되면 잘해야지 하다, 중학생이 되서는 내년에는 열심히 해야지, 그러다가 어느샌가 3학년이 되면 열심히 해야지. 그런데 3학년이 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1학기 중간고사때는 평균이 95점이 나왔었다. 그건 내가 3학년이 되었다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인가? 아니다. 그건 요행일 뿐이다. 밤마다 수학숙제하기 바빴고, 시험 전날에서야 부랴부랴 책 펴들고 한번 본 것 말고는 딱히 한 것도 없었다. 노력보다는 운이 좋았다는 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오늘 중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야자시간에 한번도 딴짓을 안하고 공부를 한 것 같다. 실수로 시계도 안 가져가서 시간을 알 수가 없으니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딴짓을 한 적도 없었다. 시작은 과학 화학식부터였다. A4용지 한 장을 꽉 채울만큼 계속 해서 썼다. 지금도 써보라하면 다 쓸 수 있다. 수소 H+, 나트륨 Na+, 칼륨 K+, 마그네슘 Mg2+, 칼슘 Ca2+, 바륨 Ba2+, 구리 Cu2+, 아연 Zn2+, 알루미늄 Al3+, 암모늄 NH⁴+부터 음이온 염화 Cl-, 브로민화 Br-, 아이오딘화 I-, 산화 O2-, 황화 S2-, 수산화 OH-, 질산 NO³-, 과망가니즈산 MnO⁴-, 황산 SO⁴2-, 탄산 CO³2-와 앙금 생성 반응에서 물질의 상태. 흰색 - MgCO³, CaSO⁴, CaCO³, AgCl, Ag²SO⁴, Ag²CO³, ZnS, BaSO⁴, 검은색 - CuS, 노란색 - PbI² 같이 순서까지 싹 외웠다. 남는 시간에는 역사까지 공부했다. 국어선생님께서 모든 일은 생각보다 쉽다고 하셨었다. 정말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되던지 끝은 한번 보고 싶다. 오늘부터다. 시작이 반이다. 남은 것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