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중학교 로고이미지

1김은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벌벌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3.07.31 조회수 24

오늘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 시간은 국어였다. 국어 시간에는 나노라는 문제집을 푸는데 저번에 내가 끝까지 얼마 안 남은 것을 보고는 그냥 끝까지 다 풀고는 학교 책상 서랍 속에 넣어뒀었다. 그래서 나노 꺼내놓고 책봐야지 하면서 손만 책상 서랍속에 집어넣어서 나노를 꺼내려고 했다. 그 때 손가락이 갑자기 아팠다. 나는 종이에 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종이에 베인 것 치고는 좀 이상하게 아팠다. 보니까 피도 안나고 그냥 붉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종이에 베였는지 보려고 책상을 딱 보니까 거기에 벌 한마리가 있었다.
생긴게 희한했다. 꿀벌도 아닌 것이 말벌도 아니었다. 말벌같은데 좀 날렵하게 생겼다고 해야되나? 하여튼 이상한 벌이었다. 나는 일단 애들한테 벌에 쏘였다고 자랑을 했다. 그리고 나서 책상 서랍을 다시 보았는데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남인애가 건드렸나? 하여튼 누가 건드렸는데 갑자기 어딘가로 날아갔다. 침을 쏘고도 살아있는 거 보니까 꿀벌은 아닌 모양이었다. 손가락을 보니까 아까는 다 멀쩡한데 약지만 빨갛더니 지금은 쏘인 부분에 빨간 점처럼 뭔가 생겼었다. 조금있다 보니까 손바닥 전체가 빨간 상태였다. 순간 당황했는데 반대쪽 손도 그런 걸로 봐선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팔목쪽도 빨갛게 되면서 조금씩 아팠다. 그러다가 좀있다가는 또 멀쩡해졌다. 뭐야 이게. 그래도 뭔가 불안해서 책을 다 꺼낸 다음에 책상을 뒤집어 엎었다.
그러다가 종이 쳐서 국어 수업을 들었다. 듣는 도중에도 자꾸 벌이 신경쓰였다. 몰랐을 때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형광등 근처에 딱 한마리만 보였다. 그런데 볼때마다 한 마리씩 늘어나서 마침내 3마리까지 한 눈에 보였다. 분신술? 안 그래도 신경쓰였는데 더 신경쓰여서 국어 시간 틈틈히 계속 쳐다봤다. 풀다가도 손가락이 부어서 오른쪽 약지만 잘 안굽혀져서 더 신경이 쓰였다. 오늘 국어는 문제집을 다 끝나서 앞에 요점정리같은 것만 풀면 된다고 하셔서 선생님께서 일찍 나가셨다. 그런데 벌때문에 신경쓰여서 문제집을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나는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으니까 무기로 쓸만한 것을 찾았다. 빗자루가 보였다. 벌에게 나의 빗자루 앞에 적 없음을 증명했다. 빗자루 들고 내가 점프하면 교실 천장까지는 닿는 정도라서 일단 붙어있는 벌들을 천장에서 떼어낸 다음 벌들이 바닥에 앉을 때 까지 기다리다가 앉는 순간 빗자루로 냅다 찍었다. 데미지가 좀 약한 것 같았지만 약한 만큼 더 때리면 되니까 상관없었다.
벌 따위. 내가 너희에게 벌을 내릴테니 내 앞에서 벌벌 떨어라. 일단은 보이는 것은 다 잡았다. 그런데 남인애가 보니까 창문같은 곳에 벌이 많았다. 필시 교실 근처에 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분명 엄청나게 때려잡았는데 또 있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 내내 계속 잡았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었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다. 괜찮다. 나를 쏜 벌은 꿀벌이 아니라서.
아직 학살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지만 4교시가 시작되어서 일단 포기했다.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1학년 애들한테 벌에 쏘인 것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미 벌에 쏘인 흔적은 사라져있었다. 내가 회복력이 좋은건지 벌이 약한건지 구분이 안 갔다. 오늘은 내가 급식 당번인 이유로 학살의 시간이 좀 뒤로 늦쳐졌다. 30분 후에 와서 또 학살을 했다. 그런데 어떤 벌은 아무리 내려찍어도 죽지를 않았다. 생존력이 곱등이 수준이었다. 베어그릴스보다 야생에서 더 잘 살아남을 것 같이 끈질겼다. 결국에는 그냥 날아다니지만 못하게 할 정도로 만들고 포기했다. 그런데 아무리 잡아도 계속 나와서 포기했다. 그랬더니 지금 학교에서 문예창작 쓰는 지금 이 순가네도 벌이 주위를 왔다갔다 거린다. 이 컴퓨터 앞에도 지금 못날아다니는 것 같은 벌이 있다. 아까 내가 날지 못하게만 때린 그 벌인가? 어쨌거나 그렇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리고 나서 초능력을 얻었다. 그렇다면 나는? 뭔가 갑자기 기대된다. 뭐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지금도 계속 어떤 벌에 내 주위를 날아다니는데 글을 마치고 나서 이것을 마지막으로 잡아야겠다. 그런 이유로 글을 마치겠다. 앞으로는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낼 때에는 눈으로 먼저 확인을 하고 꺼내야겠다.

이전글 일기
다음글 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