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큰일이 생겼다. 내가 사촌동생을 대하는 태도가 사촌형을 닮아가고 있다. 이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이것을 깨닫게 된 것은 어제였다. 사촌동생데리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한바퀴 돌고 나서 집에 왔는데 물놀이가 하고싶어서 이미 나 오기전에 물놀이를 한번 했다는 애를 꼬드겨서 한번 더 갔다. 물놀이를 하다가 사촌동생이 물에 못 뜬다는 사실을 알고 나도 하는데 그걸 못하냐면서 구박하고, 먼저 조용히 물에 뜨려고 연습하는 애를 더 깊이 가라앉히고, 물밖에 나가있을 때 물을 뿌리는 행동이 지금까지 내가 사촌형한테 당해왔던 것이었다. 말투도 점점 사촌형처럼 되어가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사촌형이 3명있는데 승범이형이나 승준이형을 닮았으면 나름 친절했을 것이다. 이 형들은 다 커서 나를 괴롭히지 않는 친절한 형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병준이형이다. 맨날 게임하다가 이겨서 기분 좋다고 때리고, 졌다고 기분 나쁘다고 때리는 이상한 형을 내가 닮아가고 있다 이말이다. 물론 악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세게 때리지는 않는데, 살살 때려도 목 뒤에 맞으면 뭔가 기분이 당황스럽다. 내가 우성제 잘 때 마다 주로 쓰는 이 방법도 사실 그 형한테 배운거랄까. 따지고보면 이형한테는 이상한 것만 잔뜩 배웠다. 예를 들면 그걸 뭐라고 그러지 목 근육을 누르는 거라고 해야되나 하여튼 당하면 아픈데 그것도 그 형한테 배운거다. 뭐 딱히 좋은 걸 배운 기억은 없다. 그런데 내가 그 형을 닮아가고 있다니. 말도 안된다. 내가 그 형처럼 행동할 때는 6살어린 사촌동생랑 우성제를 대할 때 뿐이지만 앞으로 이렇게 되다가는 인격 자체가 사촌형처럼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뭐 이렇게해도 그때 되면 까먹을 것 같지만 8월 1일날 사촌형왔을 때 내가 한번 당해보면 또 정신을 차릴 것 같다. 오늘 집에가서는 사촌동생 안 괴롭히고 조용히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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