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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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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기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3.06.20 조회수 26

원래 목요일은 편지를 쓰는 날인데 그냥 일기를 쓸 것이다. 내가 문예창작 쓰는 것은 일기를 많이 써서 문예창작집을 일기집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 수필, 편지, 감상문은 거들 뿐.
딱히 쓸 것도 없는데 그나마 일기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시는 내가 작년 초에 너무 많은 소재를 쏟아부어서 쓸 것도 없고, 수필은 내가 2학년 초부터 쓸만한 것은 다 쓴 상태였고, 편지는 원래 잘 안 썼고, 감상문은 작년처럼 일기같은 글을 억지로 감상문으로 만들어서 쓰는 것은 상황이 급할 때나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라서 안 그러는데 지금 읽는 책은 맹자밖에 없는데 맹자도 다 읽으려면 아마 1학기 야자 시간동안 내내 읽어도 다 못 읽을 것 같아서 아마 감상문도 맹자를 적어도 3번 정도는 읽고 나서야 쓸 것 같으니 지금 내가 쓸 것은 일기밖에 없다.
오늘은 1~4교시까지는 일반적인 수업이었는데 5~6교시 음악시간에는 수행평가만 보았다. 음악 같은 예술쪽은 커서도 거리감이 좀 느껴질 것 같긴 한데 올해에는 그래도 재미있으신 선생님이 오셔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1학년 때야 생각하기도 싫고, 2학년 때는 그리 많이 안하고 노다메 칸타빌레인가? 일본 드라마만 많이 본 것 같아서 수업같지도 않고 올해가 딱 적당한 것 같다.
5교시에는 가창 수행평가를 보는데 그냥 한명씩 피아노 옆으로 가서 선생님의 반주에 맞춰서 노래만 부르면 되는 거였다. 우성제랑 나랑 처음번호부터 부를 지 끝번호부터 부를지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이겨서 나는 애들 부르는 것을 편안하게 들었다(우성제가 할 때엔 바로 옆에 앉아서 부담을 줬다). 1학년때야 그냥 무작정 크게 불러서 B를 받았고, 작년에는 컨디션이 별로 안좋았어서 작게 부르다가 C를 받았었나 그랬다. 올해에는 컨디션도 좋고 해서 소리도 크고 음도 나름 정확하게 불렀다. 그래서 30점 만점에 28점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남정미 누나는 오늘 어디 대회나간다고 먼저 하고 가서 어떻게 불렀는지는 모르겠는데 30점이라고 했는데 다른 애들은 26점 정도 였다. 남인애랑 김현지는 음은 맞는데 소리가 작고, 나랑 우성제랑 박재용은 소리는 큰데 음이 별로 안 맞아서 그 정도 되었다. 그래서 재도전 기회를 주셨는데 애들이 자꾸 부담스러운지 다른 애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가창 시험보는 사람만 들어와서 보기로 우겼다. 그런데 선생님은 2명까지는 내보내 주신다고 했다. 근데 꼭 애들이 나만 내보냈다. 나하고 박재용 아니면 나하고 우성제. 나 오늘은 그렇게 많이 안 나댔는데 말이다. 나중에는 그냥 영어교실에 쭉 앉아있었다. 어차피 다시 들어가봤자 또 나올텐데. 3차까지 재시험을 봤는데 나는 음이 어딘가 이상해서 28점 고정이었고, 우성제도 음이 안 맞아서 26점으로 고정되었다. 남인애는 나중에 내가 밖에 나가있을 때 좀 크게 불러서 28점 정도 맞은 것 같다. 우리반애들은 우성제빼고 이제 9년정도 보는데 뭔 부끄럼이 그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패기있게 살아야지. 뭐 5교시는 그랬고 6교시는 창작 시험을 보는데 그냥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대충 써넣기만했는데도 30점 만점을 주셨다. 태도점수야 3학년은 항상 태도가 좋았으니까 다 만점을 주신다고 했다. 뭐 그랬다. 내가 음악 수행평가 고작 2점 감점이라니. 기적이다.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보다 더 큰 기적이었다.
그 후에는 뭐 딱히 한 것도 없다. 7~8교시 시간에는 시험기간이라서 그런가 사물놀이를 안했는데 도덕선생님께서 통일 포스터를 그린 사람은 U-Class에 가서 공부하고, 통일 포스터를 안 그린 사람은 미술실에서 마저 완성하라고 하셨다. 나는 그거 어떻게든 끝내야 되는 줄 알고 밤에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동안 색칠까지 힘겹게 다 했는데 이럴 줄이야. U-Class가서 자습하는데 체육선생님께서 자꾸 앞에서 1학년은 뭐 어쩌고 성적표를 어쩌고 하시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중에는 내가 아까 교장실로 어떤 사물함을 나르는 것을 구경할 때 체육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훌륭한 지도자는 어쩌고 저쩌고 학생들이 어쩌고 저쩌고 관리 감독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놀테니 너는 사물함을 옮겨라 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가 그 이야기를 까먹어서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체육선생님과 나의 헛소리 대결이 벌어졌다. 물론 내가 이겼다. 체육선생님은 보면 공부를 엄청 많이 하신 것 같은데 헛소리는 내가 더 잘했다. 예를 들면 체육선생님께서 여왕의 교실인가 하는 드라마를 보시고 와서는 1학년애들 기말고사 성적을 어쩌고 하는데 내가 선생님이 여왕이에요? 라고 물어봤다던가 앞에서 자꾸 선생님이 1학년애들한테 뭐라고 하시기에 사이비 교주같다고 말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결국엔 선생님도 나를 포기하시고 교무실로 돌아가셔서 나는 그 이후로 종 칠때 까지 맹자를 읽었다. 그러다가 8교시는 영어 시험을 봤는데 딱 2개 틀렸다. 둘 다 고민하다가 찍은 거였는데 참 찍기 운도 없지.
그 후에는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짜장밥이었는데 우성제가 짜다고 할 만큼 짰다. 내가 먹어보니까 맛이 내가 만든 음식같았다. 혀가 마비되는 느낌. 라면 하나 끓일 때 스프 두 개 넣은 느낌이었다. 뭐 그 이후에는 밖에 가서 축구좀 하다가 종쳐서 들어와서 야자시간에 영어를 하는데 그냥 무슨 영재니 아이큐테스트니 이런 거하고 영어선생님 딸 이야기좀 하다가 끝났다.
그리고 나서 책읽기시간에는 맹자 좀 읽다가 지금 이렇게 문예창작을 쓴다. 오늘은 나름 좋은 날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기적을 체험한 날이었다. 지금 예수님을 만나고, 부처님을 만나도 하나도 놀랄 것 같지 않다. 다음에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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