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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교끝나고 방범대 차를 타고 가는데 조규상이 뭘 보고 있기에 내가 뭐 보냐고 물었더니 축구를 본다고 했다. 어제가 월드컵 최종예선을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근데 나는 집에가서 한번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집에가서는 통일 캐릭터 뭐 그리지 생각하다가 깜빡하고 못 봤다. 아니 못 볼 뻔 했는데 다행히도 후반전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볼 때 까지만 해도 0:0이었다. 경기 보기전에 인터넷으로 스포츠 뉴스를 좀 봤는데 우리나라는 비겨도 본선 진출이라고 했다. 그런데 보니까 대체로 공격을 하고 있었고 이란은 수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딱히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다. 나는 이란이 월드컵에 나온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딱히 큰 적은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작년 8월 이었나? 이모부랑 사촌형이랑 새벽 3시쯤에 일어나서 2012 런던 올림픽 4강 한국 vs 브라질 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경기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딱 그 모습같았다. 브라질은 볼 점유율이 적은 듯 많은 듯 애매하게 하면서도 3:0으로 우리나라를 이겼었지. 그런데 15분 쯤인가 어떤 수비수가 골키퍼한테 공을 패스하다가 실수해가지고 이란 공격수한테 공을 뺏겨가지고 한 골 먹혔다. 내가 보니까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건가? 설마 저번 브라질하고 할 때도 내가 봐서 진거였나?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조금 실망스러웠다. 뭐 아무리 못해봤자 나보다는 곱절로 잘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 이후로 골이 안터져서 결국엔 졌다. 이란 선수들은 한 골 넣었다고 툭하면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그러나? 소위 침대축구라고 하던데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바닥에 막 드러누웠다. 이란에서 한국으로 원정경기 와서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 잔디밭의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경기는 끝났는데 나중에 이란 코치진이랑 감독이 이기니까 막 뛰어나왔는데 그 중에서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고 도발을 했다. 주먹감자라고 그러나? 나중에 보니까 이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은 이제 FIFA에 기소당한다고 했다. 남아공 월드컵때도 도핑검사원한테 폭언을 했다고 한다. 그 사람한테는 감독 말고 경기장에서 난동 부리는 훌리건 정도의 역할이 딱 알맞을 것 같았다.
경기 끝나고 나서는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 우리나라가 본선에 진출하느냐 진출 못하느냐가 달렸었는데 우즈벡이 6:1로 이기면 골득실에 밀려서 우리나라는 본선에 못 올라간다고 했다. 근데 다행히도 5:1로 이겨서 우리나라는 아시아 A조 2위로 본선에 올라갔다. 우즈벡 선수들은 5:1로 이겼으면서도 표정이 영 별로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8번으로 역대 6번째 최다 연속 본선 진출국으로 본선에 올라가서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내심 이번에 한번 떨어져서 정신을 한번 차렸으면 했던 생각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골득실로 앞서 있었던 이유도 올해 선수들이 잘한 것이 아니고 작년에 아시아 최하위팀 레바논, 이라크, 카타르 중에 레바논, 카타르랑 한 조가 되어서 각각 3:0, 4:1로 이겨서 벌려놓은 거다. 올해에 한 경기는 카타르전 2:1 승리, 레바논전 1:1 무승부, 우즈벡전 2:2 무승부, 이란전 1:2 패배로 골득실을 겨우 유지한 셈이다. 결국 작년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에 올라간 셈이다. 이대로 가면 이번 월드컵은 출전에 의의를 두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나라보다는 카타르를 5:1로 이긴 저력을 발휘한 상승세의 우즈벡이 월드컵에 올라가는 것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가 비기기만 했어도 우즈벡도 올라갈 수 있게 되는건데 지는 바람에 이란이 조 1위로 올라가고 우즈벡은 첫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내가 차라리 우리나라가 떨어져서 정신을 차렸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최종예선이었다. 이번 일들을 계기로 최강희 국가대표 감독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 2002 한일 월드컵 때의 4강 신화를 뛰어넘었으면 하는 바이다. 물론 우리에게 주먹감자를 날렸던 이란의 국가대표감독 카를로스 퀘이로스에게 본선에서 설욕을 해서 더 기쁜 마음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게 되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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