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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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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기억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3.06.13 조회수 25

오늘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 교육연극이라면서 '침묵의 기억'이라는 연극을 보여줬다. 내가 이 연극때문에 3교시 체육시간에 놀지도 못하고 청소를 했다. 피아노 뒤에 숨어있어서 많이 안하기는 했는데 어쨌든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다.
청소시간 종 딱치자마자 우성제랑 갔는데 체육관에 다 커텐을 쳐놓고 안에서는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리고 그랬다. 처음에는 딱 문까지 열었었는데 왠지 들어가면 안될 것 같고 그래서 다시 조용히 나왔다. 우성제도 머리한번 빼끔 내밀어봤는데 그 때 안경쓰신 분이 나와서 뭐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안난다. 아마 우성제가 연습하는 거 알면서도 밖에서 북을 막 쳤는데 그거 듣고 나와서는 지금이 북 연습하는 시간이냐고 약간 따지는 듯한 말투로 말한 것 같았다. 나한테 한 이야기가 아니라 까먹음. 어쨌거나 점점 애들이 와서 결국에는 먼저 들여보내주었다. 북은 뒤에 가져다 놓고 의자에 앉았다. 아까 분명히 체육선생님께서 의자를 배치하신 것은 U자 모양이었는데 三자 모양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애들이 정신 못차리고 맨 앞에 앉았다. 의자에 있던 종이를 보니까 후반에는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써있기에 뭔가 불안해서 시킬 것 같다고 뒤에 가자고 했는데 그걸 들으셨는가 그건 안시키고 자발적으로 나와서 하도록 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앞에 앉았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제 애들도 다 오고 해서 시작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요즘에 숙제가 많아서 밤에 잠을 좀 늦게잔다. 그런데 평소에는 잠을 많이 안자도 멀쩡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잠이 왔다. 그런데 하필 맨 앞자리라서 잘 수도 없고 해서 앞에다가 의자에 놓여있던 종이 들고 계속 읽었다. 멍하게 읽었다. 계속 읽었다. 적어도 100번은 더 읽은 것 같다. 중간중간에 정신이 잠깐씩 들면 앞을 공연하는 것을 한번씩 봤는데 처음에는 젠틀맨 노래틀어놓고 춤추다가 그 다음에는 우성제가 돼지라고 문예창작에 쓰던 사람이 귀요미 송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그런데 보다보니까 영 못봐주겠어서 다시 멍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니까 이번에는 우성제가 앞에 나가 있었다. 분명히 자발적으로 나가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성제가 나가 있었다. 처음에는 우성제가 용기내서 나간 줄알고 그럴거면 어제 점심시간에 Everybody put your hands up 이나 외치지 뭣하러 지금 나가있대. 지금 학교폭력예방부 부장이라고 나가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우성제가 나가서 우물쭈물하는 거보니까 아마도 시킨 모양이다. 이 봐라. 불안한 느낌은 언제나 적중률 100%. 진작에 내가 뒤로 가자고 할 때 내 말 듣지. 그러다가 우성제가 하도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처음에 우성제보고 지금이 북치는 시간이냐고 뭐라고 했던 안경쓰신 분께서 차라리 선생님이라도 모셔오라고 했다. 팜플렛인가 종이를 보니까 구성/연출 박연숙이라고 나와있다. 우성제가 그래서 영어선생님을 모시고 나왔다. 이때는 내가 좀 정신이 말짱할 때 였다. 팜플렛에 있는 출연진 얼굴하고 앞에 나와있는 사람들 얼굴하고 비교해보는 것도 좀 지루할 참이었다. 영어선생님이 하시는 것을 봤는데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재밌었다. 그 때는 그냥 재밌었는데 나중에 야자 영어시간에 영어선생님께서 그 때 상황이야기도 해주셨는데 더 재미있었다. 우성제가 웃으면서 다가오자 뒷걸음질을 치실만큼 당황하셨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고 하여튼 재밌었다.
그런데 나중에 우성제말고 또 1학년 전학생이 나가서 했는데 그 때도 내가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라 상황파악이 잘 안됐다. 그 때 우성제가 나한테 뭐라고 짓껄이기에 나는 우성제가 또 뭐 이상한 말하는 줄 알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구성/연출하신 안경쓰신 분께서 나한테 뭐 친구가 옆에서 부추기는데 뭐 어쩌고 하면서 뭐라 했다. 나는 나보고 하는 말인 줄 몰라서 멍하게 있었는데 보니까 나보고 하는 말인줄 알고 상황파악좀 하느라 좀 늦게 대답했다. 아마 나보고 왜 고개를 가로 저었냐고 물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귀찮아서 라고 대답했다. 졸려서 참느라고 멍때리다가 그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실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인도말로 긍정의 표시라는 건 안 비밀. 어쨌거나 뭐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끝이났다. 제대로 안 들었으니까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좀 그런데 뭐 나름 괜찮았다. 내가 공연에서 본 거는 가해학생이 피해학생들 괴롭히는 방법이랑 만국 역에는 최병윤이라는 사람이라는데 사진이랑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것 밖에는 본 것이 없어서 말이다. 그래도 학교폭력예방교육이었으니까 마무리는 학교폭력을 하지 말고, 방관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다는 것 정도는 써줘야겠지. 나는 앞으로 학교폭력을 하지도, 방관하지도 않겠다고 생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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