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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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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제에게...
작성자 김은규 등록일 13.05.22 조회수 26

인사는 생략한다. 문예창작 쓸 게 없어서 우성제 너 한테 편지를 쓴다. 내가 편지를 쓰기 전에 이야기를 하나 써볼게. 잘 봐봐.
그러니까 삼국지 이야기인데 제갈량이 생각하던  삼국 정립 시절이 오기 전인 후한 말에 유비가 익주를 점령하고 한중을 평정해갈 무렵에 위나라의 조조랑 한중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을 때 일이다. 조조쪽이 더 강했지만 유비한테는 적벽대전에서 4일동안 화살 10만개를 구해온다면서 3일동안 놀기만 하다가 마지막날 안개가 흐리던 혼란을 틈타 배에다가 짚을 싣고 조조군에 쳐들어갔다가 와서 조조군이 쏴서 배에 꽂혀있는 화살을 뽑아서 10만개를 구했다고 하거나 자기가 동남풍을 불게할테니 주유한테 오나라 군사들은 화공을 하네 마네 했던 하얀 부채를 든 희대의 사기꾼인지 천재인지 모를 제갈량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은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었어.
제갈량이 군사 운용만 잘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제갈량은 병법 쪽보다는 경제라던가 사회 분야에 더 두각을 나타냈었어. 그래서 제갈량은 전쟁 전에 군량도 준비를 잘 해놓고 규칙도 탄탄하게 잘 세워뒀지. 그런데 조조쪽은 그렇지 못해서 내부 질서가 문란해져서 탈영병도 많이 생기고 해서 공격과 수비 모두 힘든 상황이었어. 그러던 차에 조조가 저녁으로 닭고기를 먹다가 문득 계륵(닭갈비)를 보더니 마치 자기의 상황과 같다는 걸 느낀거야. 한중이 꼭 계륵처럼 먹자니 양이 적고, 안 먹자니 맛은 있었거든. 조조는 밥먹다가 말고 이걸 가지고 계속 고민했어. 그런데 하후돈이 와서 오늘 순찰을 돌때 암호는 무엇으로 할 지 물었는데 조조는 무의식적으로 계륵이라고 한거야. 하후돈은 그게 뭔 뜻인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수라는 사람이 그걸 듣고는 후퇴준비를 했어. 하후돈이 그 이유를 물으니 양수는 "닭갈비라는 것이 원래 먹자니 고기가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니 지금 우리의 전황과도 같이 이로울 것이 없는 형국이 아닙니까. 아마 내일이나 모래에 위왕께서 후퇴 명령을 내릴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어. 양수가 원래 제갈량이나 사마의 만큼은 아니어도 엄청 똑똑한 사람이었거든. 그래서 하후돈도 그 말을 듣고 그 말이 옳다 싶어서 후퇴 준비를 했어. 근데 또 하후돈이 하니까 그 밑에 장수들도 하후돈을 따라서 후퇴준비를 했어. 그러는데 조조가 계륵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기분도 안 좋고 해서 밖에 나왔는데 군사들이 후퇴 준비를 하는 것을 본거야. 조조는 깜짝 놀라서 하후돈에게 이번 일의 진상에 대해서 물었지. 하후돈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조조는 자기의 마음이 읽힌 것도 기분나쁘고 원래 양수가 자기 똑똑하다고 나대고 다니는 것도 꼴보기 싫어가지고 그 일을 구실로 양수를 죽였어. 머리를 뎅강해서. 아마 이렇게 허무하게 일찍 죽어서 너는 잘 모를거야. 그리고 원래 삼국지가 나관중이 촉을 중심으로 해서 쓴 소설같은 거거든. 삼국지연의인가. 그래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튼 내가 이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어. 이 이야기는 너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거든.
하나는 나대지 말자. 양수가 말했던 대로 며칠만 기다렸거나 만약 양수가 군사 회의를 했었을 때 후퇴를 하자고 의견을 냈어봐. 조조가 퇴각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겠지. 그러면 며칠은 더 살 수 있었을 거아냐. 어차피 조조가 양수를 싫어해서 어떤 빌미를 잡던간에 금방 죽었겠지만 말이야. 하여튼 나대면 이렇게 될 수도 있는거야. 아니면 적당히 나댈 때를 알고 빠질 수 있는 눈치를 기르려고 노력하던지.
그리고 두 번째는 적어도 계륵같은 존재가 되자 이거야. 너 이번 중간고사에서 김현지보다 성적 안나온 거 몇 개 있지. 너 이상태로 가면 사회에서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는거야. 축구할 때 축구공이 있는 상태에서 저기 멀리 보이는 농구공이라던가, 야구할 때 배구공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그냥 그 자리에 내비두고 안 건드리면 내가 정리 안해도 되고 없어도 원래 필요없는 존재 말이야. 축구를 예를 들면 만약 니가 축구 구단주인데 선수를 정예로 11명을 채웠어. 후보선수도 몇 명 있고. 그런데 어떤 선수가 있는데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될 것 같애. 근데 유지비만 들어간다고 생각을 해봐. 그럼 그냥 쿨하게 버리는 거야. 적어도 버릴지 놔둘지는 고민하는 계륵같은 존재는 되야지. 예를 들면 농구를 하고 싶은데 농구공이 없어. 근데 저기 잘 튀기는 배구공이 보이네? 그러면 그땐 배구공으로 농구를 할 까 아니면 그냥 농구를 하지말까 같은 고민을 하게 하라고. 봐라. 형아도 지금 적어도 계륵같은 존재가 되려고 예전보다는 공부를 좀 하지 않니. 너도 맨날 롤이 어쩌니 하면서 애들이랑 너는 못하니 마니 하지만 말고. 형아 말 알아들었냐. 너가 수업시간에 졸지만 않아도 점수는 높게 나올거야. 문예창작 쓴 거 보니까 앞으로는 게임도 좀 줄이고 수업시간에 안잔다며. 오늘도 잤잖아. 내가 깨우는 것도 이제 귀찮아 죽겠어. 맨날 깨우는 방법도 색다르게 해보려고 노력해봤는데 하도 많이해서 이제는 목 뒤에를 때리거나 니 옆구리 찌르는 뻔한 방법밖에는 없다고. 알았지? 공부는 안 해도 좋으니까 숙제라도 좀 해오고. 그럼 이제 시간이 다 되어서 형은 이제 그만 쓴다. 형아 말 잘 새겨듣는게 좋을거다. 내가 아까 수학 숙제 하다가 수학 교과서 맨 뒤 집필진에서 윤상호라고 너 닮은 사람을 봤거든? 근데 그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졸업에 KAIST 전산학과 졸업했다더라. 아쉽게도 네이버에 쳐도 나올만큼 유명한 사람은 아닌 모양인가보더라. 하여튼 너도 희망을 가져.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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