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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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지수 | 등록일 | 15.06.10 | 조회수 | 138 |
창밖의 아이들 이지수 <옥천 삼양초등학교 사서교사> 도서관 업무 가운데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구입도서목록을 작성하는 일이다. 주로 매 학기 초에 다량의 구입을 하고, 소소하게 쪼개어 구입목록을 작성하곤 하는데, 이 작업 중에는 마치 다시 엄마가 된 심정으로 도서관에 새로 들어올 ‘아가’들을 서점에 가서 직접 읽어보기도 하고, 일일이 다 읽어볼 수 없는 도서는 서평을 보고 추려보고 고르고 또 고른다. 물론 서평과 다이제스트는 모든 도서를 다 읽어보고 살 수 없어 차순위로 선택하게 되는 2차도구인지라 막상 신착도서가 입고되어 직접 읽어보거나, 대출되는 통계 등의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영 신통찮은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누구에게 말 할 것 없이 혼자만 스스로 ‘아, 이번 판단은 미스였구나’하고 넘겨야만 한다. 안 그러면 그 책을 볼 때마다 영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반대로 책에 대한 처음 별로였던 인상이 열광적으로 변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창밖의 아이들’이다. ‘창밖의 아이들(이선주, 문학동네)’는 1학기분 1차 구입도서목록을 작성하던 차에 동료인 보은 판동초 이선옥 사서교사에게 추천받은 책이다. 사실 동일한 타이틀의 ‘창밖의 여자’가 생각나서인지, 책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청소년도서라는 생각보다는 일반도서라는 인상이 좀 강했다. 하지만 역시 저력 있는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강한 흡입력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었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스스로가 주인공 ‘란이’와 동일시되어 앉은 자리(실은 누워서)에서 한 권을 뚝딱 읽어버렸다. 8살 6살의 꼬마아이 둘이 있는 엄마로서는 이런 경험은 정말 흔치 않다. 아이들이 수시로 괴롭히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집중이 안 되어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몇 번 건드려도 꼼짝도 안하고 책만 보는 엄마를 포기하고 자기들끼리 놀이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을 인식하면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다소 이상해 보이는 선택들에 희한하게 공감되었다. 그리고 읽어나갈수록 이 공감대가 점점 슬퍼지다 결국에는 미소로 해소되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열여섯, 란이의 첫 생리에서 시작한다. 또래보다 좀 늦은 나이에 시작한 첫 생리는 란이에게 ‘이제 드디어 나도 여자’라는 안도감을 심어주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란이는 생리를 통해 그냥 사람인 상태에서 여자가 된다는 것, 나아가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을 버는 것, 그리하여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나팔관 수술을 하는 것. 이것이 고작 열여섯 란이의 지금 가장 시급한 삶의 목표다.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는 란이의 선택은 주변의 환경이 란이에게 고스란히 전가해놓은 일종의 무언의 폭력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친밀하게 지내던 이웃집 언니는 사랑에 속아 콩이라는 갓난아이를 낳은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집안에선 해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하루 종일 TV만 보는 화석 같은 존재인 아빠가 있다. 한참 란이에게 정신적으로 손이 필요한 엄마는 현재 부재중. 그나마 온전해 보이는 할머니가 곁에 계시지만, 연로하신 할머니는 식당일을 하시는 그나마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한시적’ 직업을 가진 분이시다.
여기서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창밖의 아이들’은 란이 뿐만 아니라, 란이와 란이 주변의 친구들, 이웃들을 일컫는 것을 아닐까? 불법체류자 신세로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민성이, 능력있는 의사 아버지를 두었지만 집안에선 그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클레어. 온전한 가족을 두었거나, 두지 않았거나 이 책의 아이들은 모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밖’에 놓인 불완전하고 안타까운 아이들이다. 그러나 당연히 누려야할 행복의 울타리에서 보호를 받고 자라는 아이가 아닌, 차가운 곳에서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창밖’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낙담보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강제로 슬프게도 이 대목에서 ‘창밖의 아이들’ 제목이 이 책에 붙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 외에는 다른 제목으로는 불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창밖이지만, 창밖에 놓인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보듬고 이해하고 사랑한다. 오히려 안전한 울타리의 ‘창 안’보다 마음만은 진실하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며 중간중간 책을 읽어가며 아주 조금씩 접어서 표시해 놓은 페이지들을 쓰다듬어 본다. 마치 그 페이지 하나하나가 란이, 클레어, 민성이, 사회로부터 상처 받은 아버지, 힘들지만 내색한번 없이 가족을 보듬는 할머니, 콩이 할머니, 청주분식 아줌마인 것처럼……. 겉으로 보여 지는 화려함, 타인 앞에 내세울 것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 정작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지금 세태에 화려하진 않아도, 거창하진 않아도 또 가진 것 없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아주 의미 있는 한권의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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