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암에 쓰러진 소년 가장 동일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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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삼원초 | 등록일 | 10.07.21 | 조회수 | 236 |
봄이 왔지만 이동일군(18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 주택가 뒷골목. 폐업한 구멍가게에 딸린 2평 남짓 쪽방에서 동일이는 동일이는 절망과 함께 누워 있다. 어머니는 동일이가 5살 때 가출했고, 아버지는 재작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왼쪽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런 아버지와 중학생이던 여동생을 부양하려고 동일이는 이를 악물고 살았다.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하고 주유소와 식당을 전전하며 잡일을 했다. 이른바 소년 가장. 그러나 항시 웃는 낯으로 불행을 이겨 보려던 동일이를 거꾸러뜨리는 재앙이 또 닥쳤다. 지난 1월 3일. 동일이는 친구 집에서 나오다 쓰러져 서울 공릉동 원자력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암의 일종인 골육종’. 암세포가 왼쪽 무릎 뼈에 깊이 침투했고,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둘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동일이 집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가난했지만 쾌활했던 동일이는 항암치료로 갈수록 쇠약해져 갔다. 머리카락은 어느새 듬성듬성해졌고, 새처럼 가늘해진 왼쪽 무릎엔 하얀 붕대가 감겨 있다. 몸무게도 평소보다 7㎏이나 줄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여동생(16)은 들떠야 할 입학식 날 자퇴서를 내고 오빠 간호에 매달렸다. 두 자녀를 바라보며 힘든 삶을 살아오던 아버지는 아들 치료비 문제로 밤잠을 못 이뤘다. 아버지는 「차라리 내가 암에 걸렸더라면….」하고 가슴 아파했지만, 숨져 가는 아들에게 해줄게 없다. 자신의 치료비로 이미 수천 만원을 날렸고, 성치 않은 몸으론 돈벌이의 길도 없다. 가끔 해 오던 배달 용역도 아들 치료 때문에 그만둔 상태다. 병원에서 잡아 준 2차 항암치료 날짜가 지난달 24일이었지만, 동일이는 아직도 작은 쪽방에 누워 있다. 「어릴 때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는데….」동일이는 그 쪽방에서 힘겹게 희망을 붙들고 있다. - 조선일보 1997년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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