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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찾기는 나에 대한 공부가 필수
작성자 송원호 등록일 11.11.30 조회수 99

한겨레] 결정 못하는 건 자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

 

 

자서전·포트폴리오 만들기…심리검사도 도움

 

 

최근에 문과를 선택할지, 이과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상담을 한 일이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희망하는지 생각해본 것들이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학생은 “글쎄요, 깊이 생각해본 일은 없지만 어학에 관심이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은 이과로 가야 취업도 잘되고, 의학전문대학원 같은 데 가서 의사도 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라며 “이과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이과가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라고 답했다. 이는 청소년 진로상담을 하면서 가장 흔히 만나는 ‘진로 미결정’ 사례다.

 

 

심지어 이미 진학을 한 대학생들, 대학을 졸업한 성인층 내담자들까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 “○○학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전공선택을 제대로 못해 편입이나 재입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학과를 졸업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할 수 없네요. 다른 분야로 직업을 바꿀 수는 없을까요?” 등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진로 미결정’ 상태는 결정적 시기에 이뤄졌어야 할 ‘자신에 대한 이해와 분석 부족’에서 비롯된다.

 

 

청소년들이 학과성적이나 입시와 관련한 공부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경우는 많지만, 체계적으로 흥미나 적성, 성격 등 자신에 대해 공부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미국 심리학자 한센과 스토크가 청소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을 보면, 중학교 2학년 정도면 흥미특성들이 안정되고, 고등학교 2~3학년 정도면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흥미유형을 가지게 된다. 또 파슨스는 그의 특성요인이론에서 직업선택 전에 나에 대한 정보와 직업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시기에 나에게 맞는 전공 또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흥미·적성·성격 등의 발달이 이뤄져야 한다. 즉, 학과공부와 더불어 나 자신에 대한 탐색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나의 과거, 현재, 미래 알아보기 - ‘진로 자서전’ 작성하기

 

 

자신의 초·중·고교 생활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계기를 갖는다. 과거에 성과를 거두어 주목받았던 일들을 중심으로 ‘나만의 진로 자서전’을 써 본다. 예를 들면 ‘표창장 수여’, ‘학급 간부 선발’, ‘주위로부터의 칭찬’ 등 주요 사건과 그 결과를 기록한다. 이런 경험들을 분석해 스스로의 능력과 기술에 대한 순위를 매기거나 좋아하는 것에 따라 분류하면, ‘나’만의 일관된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취미나 여가생활 등의 경험도 같은 방식으로 분류해보면 ‘나’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또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면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목표 설정도 가능하다.

 

 

 

 

둘째, 내가 가진 개성 찾아보기 - ‘진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포트폴리오란 자신의 특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여러 자료들을 집약한 ‘자료수집철’을 말한다. 상장, 표창장, 성적표, 심리검사 결과, 봉사활동 자료, 취미, 특기,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자료, 독후감 등 자신의 흥미나 적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스크랩북이나 클리어 파일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최근엔 블로그, 미니홈피, 유시시(UCC)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포트폴리오 기법은 성인 구직자가 취업을 위해 많이 활용하는 구직방법이지만, 청소년 또한 자신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창의성, 인성, 지적 능력, 예술적 능력 등 그동안 자신의 특성을 차별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진로탐색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심리검사로 흥미와 적성 알아보기

 

 

흥미검사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검사다. 이에 비해 적성검사는 어떤 것을 잘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검사다. 학교에서는 1년에 1~2회 정도 의무적으로 심리검사를 하게 돼 있다. 또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심리검사를 할 수 있다. 이때 검사결과지를 받으면 이를 단지 읽어보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학교 진로상담 선생님을 찾아가 결과에 대한 상담을 꼭 해보는 것이 좋다. 또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 커리어넷(careernet.re.kr)의 진로사이트에서는 상담전문가들이 무료로 검사결과에 대한 온라인상담을 해준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

 

 

자녀의 진로탐색 과정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부모들의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지도도 필요하다. 자녀의 진로탐색 단계에서 부모의 기대나 희망에 대해 직접적이거나 암묵적인 강요가 있어선 안 된다. 자녀가 자칫 부모들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면, 진로발달 단계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부모의 기대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고 진로를 정했던 이들이 성인이 되어 진로를 수정하는 경우가 성인상담에서 흔히 나타난다는 것은, 청소년기 진로발달 지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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