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 독감
우준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독감
독감은 쉽게 말하면 '독(毒)한 감(感)기'라고 할 수 있다. 환자 중 85%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머지 15%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RS바이러스 등이 발병을 일으킨다. 독감에는 A형, B형, C형이 있는데, 실제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보통 독감은 저절로 낫지만 열이 많이 나고 주로 겨울에 크게 퍼진다. 또한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미국에서 지난 20년 사이에 독감의 합병증으로 죽은 사람이 약 50만 명이라고 하니 그 심각성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젊고 튼튼한 사람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노약자, 환자들에게는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다.
독감의 증상
감기는 전신 증상이 거의 없고 주로 코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독감은 전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 정도가 심하다. 이것이 끝날 무렵에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증상은 대개 갑자기 찾아 온다. 열이 나고 떨리며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 온다. 열도 상당히 높은 경우가 많다. 열이 40도를 넘는 경우가 흔하지만 2~3일 지나면 약간씩 떨어진다. 몸이 피곤하고 입맛이 없어지며 의욕도 떨어진다. 뼈마디가 쑤시고 눈에 통증이 느껴지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이런 전신 증상은 견디기 힘들고 괴로운데 특히 고열과 근육통이 더욱 심하다. 전신 증상이 어느 정도 나으면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콧물이 나오고 기침을 하는데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 속으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목구멍이 붓고 아프기도 하다.
독감의 합병증
감기에 비해서 독감은 증상이 심하고 오래 간다. 합병증도 감기보다 많고 심한 편이며 특히 호흡기 합병증이 흔하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폐렴과, 폐렴균이나 포도구균 등의 세균이 일으키는 폐렴이 올 수 있고, 바이러스와 세균이 합해진 혼합성 폐렴이 되기도 한다. 이런 폐렴은 내버려두면 더 심한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드물게 라이 증후군(Reye syndrome)이 나타날 수 있는데 뇌와 간에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그밖에 근육염, 심근염, 뇌염, 길랑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특정균에 의해 급성으로 마비가 발생하는 신경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독감의 치료와 예방
감기 때처럼 쉬면서 잘 먹고 물도 많이 마시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두통이나 열, 기침 등은 두통약, 해열제, 기침약 등을 써서 증상을 덜 수 있다. 아스피린은 해열 진통에 좋은 약이지만 아이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A형 인플루엔자는 항바이러스약(Amantadine)을 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환자 가운데 반 정도는 전신이 아픈 증상을 덜고 앓는 기간도 줄일 수가 있다. A형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독감에는 백신이 효과가 있다. 노인이나 심장병, 호흡기병이 있으면 백신을 맞아 예방하는 것이 좋고 어린이도 접종을 권장한다.
감기와 독감의 차이
감기는 가벼운 상기도 감염을 총칭하며 대개는 저절로 낫는 병이다. 성인은 1년에 2~4회 정도, 어린이들은 6~10회 정도 걸리므로 나만 유독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며, 각각의 바이러스가 매우 다양한 면역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단 회복된 후 다시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또 걸릴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이 기침에 의해 상대에게 퍼지거나 손에서 코로 균이 옮겨가는 경로로 전염된다. 일단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옮겨지면 잠복기를 거쳐 16~72시간 후에 재채기나 콧물, 코막힘 및 목이 간질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1~2주간 지속되다가 저절로 회복된다.
이에 반해, 독감은 심한 열과 오한, 두통, 몸살, 근육통이 나타나며 막연한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증상이 생기며 3~5일 정도가 지나면 가래를 동반하지 않는 기침과 콧물이 나온다. 몇 주까지 지속되기도 하며 어린이들은 1년에 2회 예방접종을 하게 되고 성인은 1년에 1회 접종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도 예방접종을 가능하며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을 피하는 것이 좋다.